“부천 등 일부 지역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하고 있어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용어의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안에서 고강도 등 단계 순위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차의과대학 보건산업대학원장)은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용어의 혼용이 국민들에게 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신종플루 사태를 진두지휘한 감염병 전문가다. 이에 감염병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현 정부의 부족함을 짚었다.
전 전 본부장은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는 그만큼 (방역당국이) 추적조사를 빠르게 진행한다는 의미다.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방역망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용어의 사용은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로 보여 국민들에게 혼란을 줬다”고 꼬집었다.
생활방역 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전히 없앤 게 아니라 전반적 틀은 유지하되 그 수준을 다소 낮춘 것이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해석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전환을 두고 ‘안심’과 ‘생활방역’ 등 용어 사용에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전 전 본부장은 “감염병 위기경보는 언제나 ‘심각’ 수준이었는데 생활방역으로 전환한다는 대대적인 발표로 국민들의 긴장감이 풀어지게 됐다”고 꼬집었다. 바이러스는 바뀌지 않았는데 우리의 경각심이 느슨해지면서 거리두기 준수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 전 본부장은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지금처럼 산발적 감염 발생은 이어질 것”이라며 “신천지 사례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와 국민 모두 언제나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국내 방역 구조에 대해 “현재 방역 시스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이슈가 되는 기관(사업장)이 생기면 정부에서 감염지로 인지하게 되는 구조”라며 “이미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소의 접촉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른 곳을 볼 틈이 없다. 신고가 들어오면 그때서야 새로운 곳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 이후 종교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방역 관리를 진행했다. 이후 콜센터, 클럽, 물류센터 등 새로운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해당 시설을 중위험과 고위험 시설로 분류해 방역 관리에 들어갔다.
전 전 본부장은 “확진자가 나온 곳은 관리에 들어가 감염 발생 확률이 낮아지지만, 이미 코로나19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증상 감염자들이 지역사회 곳곳에 숨어 있어 그동안 환자가 없었던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며 “(앞으로) 이번 물류센터를 포함해 운동선수 관리 시설 등 땀방울이 튀고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곳들을 선별해 사업장에서 실제 지켜지도록 촘촘한 관리 지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최근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사례를 들면서 결국엔 개인 스스로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를 통해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져야 할 방역수칙은 ‘아프면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픈 사람이 나오면 최근 쿠팡 물류센터 사례처럼 회사에 병을 퍼뜨린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개근상은 없어져야 할 문화다”고 했다.
가을과 겨울에 발생할 2차 유행도 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와 증상이 유사한 감기와 독감의 유행이 겹치면 질병간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검사 수는 120일간 80만건이 넘었는데 감기와 독감 환자까지 겹쳐 검사 수가 더 늘게 된다면 우리 의료시스템이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면서 “선별진료소에 1차는 독감검사를, 2차는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야 하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전 본부장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원격의료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선 기존 환자에 대한 전화처방 형식의 원격의료는 필요하다”면서도 “미국이나 일본 등은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원격의료가 발달했지만 한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하루에도 여러 병원을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이다. 오진 확률을 고려한다면 원격의료는 좀 더 고민해볼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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