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질병 분류 시 5조원 증발... 게임산업 침체 우려”

인기협 ‘게임 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 결과 발표

흡연 중독, 질병 등재되자 담배판매량 '뚝'... 업계 "게임 이용자에 부정적 낙인 우려"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공식 지정되면 5조원 규모의 생산 감소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게임업계는 게임 중독의 질병 등재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발해 산업이 침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게임 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토론을 진행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 교수,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할 경우에 발생할 한국의 경제적 손실을 분석한 결과, 5조2500억원 규모의 생산 감소 효과가 발생하고, 3만4000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 중독 예방, 치료를 위한 사회적 의료 비용은 1131억6300만원으로 추정됐으며, 업계는 연간 7000억원의 의무 부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을 위해 1970년대에 질병에 지정된 흡연 중독의 사례를 참고했다. 미국의 담배 판매량은 흡연 중독이 질병에 등재된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 담배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2014년과 2015년에 담뱃값이 인상됐고 담배 판매량 또한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같은 모델을 게임산업에 적용한 결과, 2023년 15조364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게임산업 매출이 15조956억원으로, 약 3000억원 감소했다.

야간, 새벽 시간에 청소년들의 PC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만화 검열제’ 같은 콘텐츠 업계에 도입된 규제도 관련 산업의 위축을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는 과정에서 경제 침체 효과와 사회적 비용이 간과된 점을 제시했다”며 “경제적 부의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게임업계는 게임 중독의 질병 지정이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한국인의 65%인 3300만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이들이 게임을 한다는 이유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편견과 맹목적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이 경우 게임이 사회적 문제를 유발한다는 낙인이 찍힐 수 있고, 신규 이용자 유입 감소 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WHO는 지난해 5월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에 게임 중독을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2년 1월부터 전 세계 200여개국 정부는 게임중독을 정식 질환으로 분류해 관리하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업계, 전문가들과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여부, 국내 게임산업 영향 최소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국내 게임산업은 고성장, 수출산업으로 평가받는다. 게임산업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연평균 9.8%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연평균 경제 성장률(3.2%)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국내 무역수지 흑자의 8.8%(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수출 효자 산업이기도 하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게임 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 결과 발표 및 토론회 현장[사진=정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