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약속 깬 제주항공, 이스타 직원에 피해 고스란히 “밀린 임금 일부 포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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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5-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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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체불임금 떠넘기기의 피해가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인수를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4~6월 정상근무 수당을 제외한 휴업수당의 반납에 동의해달라는 내용의 사내 이메일을 보냈다.

이스타항공 측은 “인수자(제주항공)가 이스타항공에 체불임금 해결을 요청했다”며 “당초 계약에 따르면 미지급 임금은 모두 인수자가 해결하기로 한 것이었으나,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사유로 추가적인 부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2, 3월 급여는 최대한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다만 4~6월분은 임직원의 양보를 요구했다. 구조조정도 이미 논의된 사항은 진행하되 향후 고용유지는 지키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월 이스타항공은 사전공지나 합의 없이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제주항공의 요구로 이스타항공은 인력 구조조정에도 돌입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조차 신청하지 못했다. 사실상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지난 2월 이후 ‘수입 제로(0)’ 상태에서 현재까지 버텨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후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60여명을 내보냈으나 이 과정에서 퇴직금과 임금 미지급분 등도 제때 주지 않았다.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100명 안팎의 인원은 정리해고할 예정이지만 내부 반발 등이 이어지며 현재 구체적인 인원 등 세부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이 와중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그 책임을 서로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이날 또 다시 힘든 결정을 하게 됐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지난 27일 근로자 측과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하며, 체불임금 전체를 포기하라는 뜻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에서 발을 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측은 최근 이스타항공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체불임금 해소를 위해 양사가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뜻을 이스타항공에 전달했다. 하지만 양사는 쏙 빠지고 이스타항공과 그 직원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된 셈이다. 제주항공이 도덕적인 비난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다.

이스타항공 노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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