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연내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는 자구안을 마련해 진행 중이지만 서울시가 공원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매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8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의 장인인 고(故) 김봉환 전 국회의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송현동 부지 매수자는) 정해진 게 없다"며 "안 팔리면 가지고 있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를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부지를 '헐값'에는 팔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서울시는 6월 중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한 뒤 올해 안에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앞서 2008년 경복궁 옆 부지 3만6642㎡(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를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여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신축을 추진했으나 학습권 침해 등 관련법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2002년 6월 부지의 소유권이 국방부에서 삼성생명으로 넘어간 것부터 따지면 송현동 부지는 20년 가까이 방치됐다. 현 가치는 5000억∼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은 실효성 있는 조기 매각을 위해 매각 대상을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서울시의 결정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에 급제동이 걸리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앞서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대한항공이 이 땅을 제3자에게 팔 경우 이를 재매입해서라도 공원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는 지난 3월에도 대한항공에 "민간 매각시 발생하는 개발 요구를 용인할 의사가 없다"며 공매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당시에도 유휴자산 매각은 이사회 의결 절차가 필요한 사안으로, 적정 가격을 받지 못할 경우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계획대로 송현동 부지를 도시계획 시설상 문화공원으로 지정하면 민간이 이 땅을 매입해도 다른 개발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진다. 이에 공원 지정이 '땅값 미리 낮추기'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대한항공이 서울시와의 수의계약이 아니라 당초 계획대로 공개경쟁 입찰을 한다고 해도 과연 누가 공원 지정을 앞둔 부지를 최소 5000억원을 주고 매입할지도 의문이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매입가를 2000억원 미만으로 책정하고 있으며, 매입 대금 지급도 거래 시점이 아닌 자체 감정 평가와 예산 확보 등을 거쳐 2년가량 후를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서울시의 이같은 방침이 대한항공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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