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현장 코로나 방역 비상…한국인 확진자 한달 새 5명→4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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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5-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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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진자 나와도 공사 안 멈춰…업계 불안감 호소

  • 국토부-외교부, 입·출국 허용 등 대책 마련 고심

해외건설현장에서 코로나19 한국인 확진자가 한달 만에 여덟배나 늘었다. 최초 사례가 보고된 이후 41명까지 증가했다.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현장 폐쇄와 같은 강력한 방역조치를 할 수 없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결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사실상 국가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해외건설현장 한국인 근무자는 총 4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11명이 완치됐고 1명은 사망했다. 우리나라 건설사가 현재 진출한 국가는 총 63개국이며, 398개 현장에서 총 4423명이 근무하고 있다. 

국내 약 11만개에 달하는 건설현장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이날 기준 21명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확진자 증가 속도가 빠른 편이다.
 

세종시 국토부 청사.[사진 = 김재환 기자]


다만 국토부는 외교부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과정에서 정확한 감염 추이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칫 특정 국가 또는 건설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외건설현장에서 한국인 최초 확진자는 4월 초 확인됐고, 같은 달 22일 5명으로 늘었다가 현재 수준까지 확산됐다. 

건설업계 및 정부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정부가 검토 중인 대책은 △해외 정부·발주처에 공사중단 및 공기연장 요청 △방역팀 또는 한국인 근무자 입·출국 허용 등으로 추정된다.

공사 중단을 요청하는 이유는 국내 현장과 달리 해외건설현장에서는 코로나19 의심자 또는 확진자가 발생해도 작업을 멈추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 국가별 방역 방침에 따라 확진자가 나와도 공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해외 발주처 허가 없이는 건설사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각 건설사에 방역 차원에서 공사를 중단하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사업비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공사지연 보상금을 건설사 대신 정부가 보전하기도 어렵다.

국내의 경우에는 민간 건설현장이더라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 시 방역 당국에서 소독이 완료될 때까지 사업장을 통상 하루나 이틀간 폐쇄할 수 있다.

입·출국 허용의 경우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다. 현재 대부분 국가의 국경이 폐쇄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업무 공백을 메꾸거나 국내로 송환해 치료하는 조치 등을 취할 수 없는 상태여서다.

실제로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에 있는 직원들이 상당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업무 순환이 안 되는 상태에서 결국 언젠가는 걸리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특히 해외건설현장은 도심과 떨어져 있는 곳이 많아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정말 목숨과 직결된 문제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곳곳에서는 "사실상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있겠냐"며 한숨을 내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중동 발주처들은 완전 악덕이다"라며 "우리나라 정부에서 네고(협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C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정부가 뭔가 하려는 시늉만 보이는 것 같다"며 "확진자가 4월 초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껏 한 건 마스크 보낸 것밖에 더 있냐"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 22일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협업해 해외건설현장 전체에 15만9000여장의 마스크를 보낸 것에 관한 얘기다. 그동안은 마스크 해외 반출이 금지됐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교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현재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확히 어떤 사안을 논의 중인지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관련 부처와 조만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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