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지난 22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홍콩 의회를 대신하여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보안법’을 “제정”할 것을 선언했다. 예정대로 전인대가 이를 28일에 채택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다음 날 ‘홍콩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즉각 반응했다. 미국과 중국의 홍콩을 둘러싼 갈등의 불똥은 우리나라에게도 튈 조짐이다. 두 나라 중에서 어느 편에 서야하는지를 놓고 내홍을 또 한 차례 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익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 할려면 이번 문제에 대한 본질을 명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가 홍콩 관련 입법 활동을 취한 배경은 무엇인가? 첫째, 날로 늘어나는 시위에 중국 당국의 속수무책인 현실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2003년부터 홍콩의 시위로 골치를 앓았다. 홍콩 입법회에서 당시 국가보안법의 제정을 통해 공권력을 강화하는 시도를 하다가 반대 시위를 유발했다. 2014년에 홍콩의 지도자 선출 방식과 관련 법 제정에 중국 정부가 개입하면서 홍콩 시민은 이른바 ‘우산 혁명’을 일으켰다. 2019년에는 ‘범죄인 인도조례(일명 송환법)’을 개정하려다 또 시위대와 맞섰다.
둘째, 중국의 국내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내년 2021년에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은 2017년 19차 전국공산당대회에서 ‘중국의 꿈’을 재강조했다. 그리고 첫 번째 100년의 꿈으로 중국의 “샤오캉(小康, 여유로운 사회)사회”의 구현과 100년의 치욕과 수모를 치유하는 것으로 소개했다.
중국이 의미하는 ‘100년의 치욕과 수모’는 1840년 아편전쟁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1949년까지 겪은 중국의 아픈 식민의 역사를 의미한다. 우리식으로 일제강점기의 ‘과거 청산’과도 같은 것이다. 건국 70년이 지난 후에도 식민시대의 잔존이 홍콩에 남아 있다. 홍콩의 완전한 탈식민지주의는 홍콩의 완전한 중국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홍콩이 2047년까지 독립채산체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권리와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어 시진핑은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다. 식민주의의 색채를 완전히 벗겨 내고 싶은 게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홍콩 시위의 배후세력이 외세라고 확신한다. 이를 미국과 서구로 가정한 사실이 이번에 통과한 일명 홍콩 보안법의 조례에서도 나타났다. 홍콩특별행정구의 정치 조직 또는 단체가 “외국의 정치 조직 또는 단체”와 관계를 금지해야하는 대목이 방증이다. 여담이지만 작년 우리나라의 조국 사태와 홍콩 시위가 시기적으로 겹쳤다. 이에 수많은 중국인들은 미국을 조국 사태의 배후로 주장하면서 필자와 적지 않은 논쟁을 벌였다.
그럼 이번 중국 지도부가 홍콩 사태를 두고 벌인 입법 활동의 목적과 의도는 무엇인가. 우선 홍콩 당국이 시위에 더 적극 대응하고 시위대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홍콩 기본법 23조는 홍콩특별행정구가 “자체적으로 법을 제정하여” 국가의 안보, 사회 안정과 질서를 위해하는 세력과 행동을 “금지” 해야 한다고 기술한다.
따라서 홍콩 당국은 2003년에 이런 법안을 제정하려다 시민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정부가 나선 것이다. 법 제정의 요구와 ‘금지’ 사례만 기술한 현 법안으로 시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최고의 입법기관인 전인대가 이를 대행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의 헌법이나 <홍콩 기본법>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 홍콩 입법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본법 23조를 유권 해석하여 보완하는 “결정”의 것으로 공표되었다. 따라서 이번 전인대에서 채택된 안건의 정확한 명칭 또한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법률제도와 집행기제 수립 및 완비에 관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결정”)(全国人民代表大会关于建立健全香港特别行政区维护国家安全的法律制度和执行机制的决定)”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법안은 아니었다.
둘째, 중국 공권력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법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위의 “결정”의 제4조에 따라 중국정부는 홍콩에 국가 안전을 보호 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홍콩에 시위 진압과 가담자 처벌을 위해 공권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국 당국의 기관 설립을 윤허하는 조항이다. 이를 담당하는 중국 부처는 공안부(우리의 경찰청)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를 반기듯 자오커즈(趙克志) 공안 담당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은 28일 공안부 당위원회를 주재하고 홍콩경찰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진압하는 것을 지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와 더불어 자오 부장은 "홍콩의 폭력 행위 진압과 질서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29일 공안부가 전날 성명을 통해 전인대의 홍콩보안법 도입 결정에 맞춰 앞으로 홍콩경찰을 "지도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안부 성명은 "내외 적대세력에 의한 침입과 정권전복, 방해 행위에 대항하는 한편 홍콩에 관한 전인대 결정을 성실히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불만은 무엇인가? 두 가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중국이 ‘일국양제’의 기본 원칙과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위반하고 홍콩의 보장된 사법권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붕괴시켰다는 것이다. 홍콩의 사법권은 세 가지 경로를 통해 보장된다. 1983년에 홍콩문제해결을 위해 채택된 12개 조례(일명 일국양제의 방침), 1984년의 <중국과 영국 공동성명>와 1997년의 <홍콩기본법> 등이다.
이들로 중국과 홍콩의 통일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방식으로 실현이 가능했다. 홍콩 반환 이후 최소한 50년 동안 외교권과 군사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이 홍콩에게 부여되고 자본주의 제도의 보장이 되기 때문이었다. 특히 중국이 연방제가 아니기 때문에 기본법 역시 중앙정부의 간여가 있을 수 없음을 사실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홍콩특별자치구의 이른바 ‘고도의 자치’가 보장될 수 있는 토대라고 중국은 지금껏 자화자찬해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홍콩 기본법>의 근간이 와해됐다.
미국은 1992년 이른바 “홍콩특별지위법”을 제정했다. 홍콩의 민주주의, 인권과 자유의 보호가 목적이다. 작년 홍콩 시위에 대한 당국의 강압 진압이 노정되면서 지난 9월 미국은 “홍콩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이 두 법안을 위해하는 중국 당국의 처사가 보이면 홍콩의 특별한 지위를 대통령령으로 취소시킬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이번 중국 당국의 조치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미국의 눈에 띄었다.
첫째, 중영공동선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보편적 인권의 파리선언 등으로 보장되어야 되는 홍콩인의 자치권, 기본 권리와 자유가 근본적인 침해를 받았다는 것이다. 즉, 중국 당국은 이미 이번 입법 활동으로 자신이 스스로 제정한 ‘일국양제’의 원칙과 방침을 사실상 폐기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미국은 이를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또한 모두 깨버린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둘째, 중국 당국의 부당한 개입 없이 홍콩인의 자치권과 인권 및 자유가 보장되어야하는 미국 법안의 요구가 존중되지 않는 사실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미국의 홍콩 인권법이 규정하는 임의적이고 불법적인 체포, 감금과 투옥으로부터 자유를 위반하는 중국 당국의 시위 대처 문제에서 드러났다. 자명한 결과는 시위 후 홍콩의 반정부 및 반중국 인사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홍콩의 민주주의 기반과 자치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불만이다.
한반도로 눈을 돌리면 흥미로운 것이 하나있다. 홍콩 특별지위법의 폐기가 북한에 주는 함의다. 미국은 이 법을 통해 홍콩을 경유하는 수출품목의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미국의 수출통제법을 강하게 적용할 수 있었다. 특히 제재를 받는 이란과 북한과 같은 나라의 불법경제활동과 핵 개발하는 나라를 대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홍콩 특별지위법의 폐기는 인권법의 자동 폐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의 홍콩을 통한 교역에 활로를 열어줄 것이다.
미중 사이에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선택을 위한 결정보다도 정부의 소명이 시급하다. 미국의 홍콩 인권법에는 홍콩의 민주와 인권을 촉구하기 위해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과 협력(coordinate)할 것임을 명기했다. 홍콩 인권법은 2019년 9월에 채택되었음으로 여기서 한국은 현 정부를 의미한다. 이제 우리 입장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회피하려 하면 안 된다. 솔직해지고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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