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은 새벽일수도 있고 밤일수도 있죠. 새벽빛은 전혀 다른 걸 보여주기도 하고요.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광호 작가의 개인전 ‘푸른 구성(Composition in Blue)’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사한다. 마치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처럼 그리고 해넘이처럼 전시가 주는 느낌이 다양하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리안갤러리에서 지난 28일 개인전을 연 이 작가는 “아래층부터 위층까지 어떤 공간에 들어가 있는 느낌 전체를 보시는 분들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번 전시는 디자이너로서 탄탄한 경력을 쌓고 있는 이 작가가 조각가·설치미술가로서 자신의 창조 영역을 확장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작가는 ‘2017 브라질 디자인·아트 마켓(MADE)’ 올해의 작가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의 손자인 알렉산더 로어 등이 이 작가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적동과 칠보를 사용한 메탈 연작을 순수미술인 설치작업으로 새롭게 발전시켰다. 칠보는 금속 등의 재료에 유리질을 녹여 붙이는 과정을 거쳐 장식하는 공예 기법이다. 부식을 방지하고 강도를 더해주며 마치 일곱 가지 보물과 같은 색상이 난다해 칠보라 한다.
“기술의 끝을 보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는 물성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이 담겨 있다.
정육면체, 벽돌 또는 물결 모양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조합된 적색 동판이나 파이프는 붙이는 과정에서 본래 구리 색을 잃게 된다. 그것을 닦아낸 다음 한 면에 푸른색 칠보를 발라 700~800도의 가마에서 굽는 과정을 거치면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작품이 탄생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실패를 거친 후 갖게 된 결과물이다.
작업을 위해 그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홍익대의 가스 가마를 사용한다. 이광호 작가는 “전기 가마는 조건을 맞추면 매번 같은 빛깔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가스 가마는 매번 다른 색이 나오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전선·PVC·적동·대리석 등 이 작가는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다. 어린 시절 농부였던 조부모가 항상 주변의 흔한 재료로 도구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자라왔다. 자연스럽게 자신도 여러가지 일반 재료로 무언가를 만들었다. 특별한 그의 손에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녹아있다.
“여물 냄새나 비오기 전에 흙냄새 같이 익숙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추억으로 가질 수 있었다. 조부모께서 도구들을 덧대서 길게 만드는 것을 봤었다.”
어린아이였던 작가는 어느덧 한국 나이로 40세가 됐다. 유년시절처럼 지금도 만들고 싶은 게 많다. 방향도 정했다. 이 작가는 “새로운 재료를 찾기 보다는 지금까지 하고 있던 것을 확장시키고 싶다”며 “어느 공간 안에 존재했기에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규격화돼 있는 걸 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춘모 작가가 속해있는 리안갤러리는 다섯 번째 전속 작가로 이 작가를 선택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이 작가님은 에너지가 넘치고 큰 역량을 갖고 있는 분이다”며 “작가님이 앞으로 새롭게 펼쳐갈 작업에 함께 하게 돼 영광이다”고 전했다. 오는 7월 31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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