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활기를 찾으면 어떤 모습일까?
일 년 중 몇 번 없는 중요한 행사였던 여행은 일상생활 속으로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점진적이기는 하지만 근거리, 단기간 현상도 엿보였다.
그래도 10년은 족히 필요할 듯싶었던 여행의 일상화·여가화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 왔다.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코로나19가 준 굴레다.
업계는 코로나가 종식돼도 과거와 같은 모습의 국내 여행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개개인의 먹고, 자고, 다니는 방식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다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코로나 종식 후의 여행산업은 이전과 전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가생활 자체가 바뀌었는데 여행이 그대로일 수는 없다.
◆초단기 여행 VS 장기 칩거형 여행···여행법 '양극화'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여행의 근거리, 단기화가 급격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의 숙박여행은 여가라기보다는 모험과 도전에 가까운 상황이 돼버렸다.
호텔·모텔·콘도·펜션·민박 등 숙박업의 특징은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장소와 물건, 시설을 피해 갈 수 없는 만큼 이제는 모두가 꺼려지고 부담스러운 곳이 돼버렸다.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멀지 않은 곳으로 나들이에 가까운 가벼운 당일여행을 자주 하는 것이고, 이는 여행의 여가화·일상화라는 큰 추세와 맞아떨어진다. 올해 5월 당일여행 경험 비중이 25%(+6%p)까지 오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인적 드물고 외부와의 교류가 적은 곳에서 장기간의 칩거형 여행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 달 살기, 세컨드하우스나 장기임대 등의 활용이 많아지며 여행 기간의 양극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대중교통 피하고 싶어···여행도 '내 차'로
물론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여행객의 67%가 주 이용교통 수단으로 승용차를 꼽았지만, 기차·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의 이용률이 점차 증가 추세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가급적 대중교통은 피하려고 한다. 낯선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은 편치 않기 때문에 이제는 여행을 떠날 때도 다수가 '내 차'를 이용한다. 실제로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승용차를 타고 여행지까지 이동한 이의 비중은 72%나 됐다.
승용차에 음식·취사도구·텐트·침구·TV까지 싣고 떠나는 '차박'도 인기를 끄는 추세다.
◆먹거리도 '안전'이 중요
예전에는 편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맛있는 것을 즐기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뒀다면 이제는 먹거리도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됐다.
식당에서 1인 1 음식을 시켜도 반찬을 공유하기가 찜찜하단 이가 대부분이다. 서빙스푼이 있어도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부담스럽고, 식당에서 주는 수저나 그릇 역시 편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문제가 걱정되지만 1회용품의 장점을 외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 끼의 식사가 문제가 아니라, 식문화 자체가 문제가 되는 세상이 왔다.
◆숙박? 무조건 '안전'
이제는 남이 쓰던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불안해졌다. 콘도·펜션·모텔/여관·민박이 아니라 최고급 호텔이라도 불특정 다수가 사용한 것을 쓴다는 것을 찜찜하게 느끼는 이가 많다. 엘리베이터부터 욕실·변기·옷장·냉장고·타월 등 편한 것이 하나도 없다.
잠자리 혁신이 먹거리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요즘이다. 청결과 좋은 서비스보다 '안전'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졌다.
◆코로나 뉴노멀 시대, 과거 방식의 여행상품·서비스는 잊자
현재 여행산업은 산업 전체가 최악의 늪에 빠져 있다. 당분간은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크고, 코로나 종식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코로나를 벗어나면 사건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있고, 눌렸던 욕구가 분출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는 "여행문화에 혁명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보건과 관계 깊은 식문화와 숙박문화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몇 년 전부터 진행돼온 근거리·단기간·저비용·여가/일상화 현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게 업계 예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여행산업 종사자는 이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때"라며 "산업 관계자는 정밀한 예측을 통해 변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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