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자처해 "법 집행에 군을 동원하는 옵션은 최후의 수단이다.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동원해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주지사들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군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 이벤트와 관련해 "사진 촬영이 이뤄지는지 몰랐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 주변에서 평화시위를 벌이던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해 해산시킨 다음 백악관 맞은편 교회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성경을 손에 든 사진만 찍은 뒤 곧장 백악관으로 돌아가 논란이 됐다.
이날 에스퍼 장관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사건을 "끔찍한 범죄"라고 부르면서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한다.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뿌리뽑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을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둔 발언으로 읽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도 에스퍼 장관이 직을 유지할지 의문이 제기됐는데, 에스퍼 장관이 오늘 발언으로 낙마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사석에서 에스퍼 장관이 장악력이 약하고 확실히 자신의 편에 서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의 이날 브리핑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고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의 못마땅함을 드러내듯 케일리 매커너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별도의 브리핑에서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선을 그었다. 또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신뢰를 잃으면 여러분이 제일 먼저 알게 될 것"이라며 확답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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