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인력은 줄이고 힘든일만 맡기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예산과 인력 축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면서 배정되는 예산은 6689억원이다. 이는 현행(8171억원) 대비 약 1482억원(약 18%) 가량 적어진다. 정원도 현재 907명에서 746명으로 17.8%줄어든다. 질병관리본부내 일부 조직이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겨 오기 때문이라는 게 보건복지부 측 설명이지만 조직의 격이 높아지는 데 따른 조치로 보기에는 다소 일반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질병관리청으로 조직을 승격시키면서 복지부는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설치하고 연구원을 복지부 산하로 편입시켰다. 또 질본의 장기이식·혈액·인체조직 관리업무를 하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도 복지부로 이관된다. 치료제나 백신 또는 질병 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원을 복지부로 편입시키면서 감염병 대응만 질병관리청에 남게 되는 셈이다. 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코로나 19같은 상황이 생기면 앞으로는 뒤치다꺼리만 하게 되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힘든 방역업무만 하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분리되면서 질병관리청과의 업무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조직의 특성상 별개의 조직이 되면 의사결정이나 협업이 원활치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보건정책 전문가는 “치료제나 백신 개발을 하려면 현장대응을 하는 질병관리청의 데이터가 연구원으로 전달되고 연구원의 연구결과물이 현장으로 전달되는 등 협조가 쉬워야 되는데 앞으로는 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상으로는 ‘독립’,실제는 관리·감독 강화
청으로 승격시키며 독립적인 인사 및 예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지만 이것도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청 단위의 정부조직은 부처급 상위기관의 관리·감독을 기본적으로 받아야 한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는 보건을 전담하는 제 2차관을 신설했다. 보건기관에 대한 감독권한을 놓지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겉으로는 독립기관이지만 사실상 복지부의 질본에 대한 통제력은 더 강해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복지부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이 된다 하더라도 복지부 산하기 때문에 지휘·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복지부가 조직개편을 통해 고위직들의 자리와 퇴임 후 갈 곳만 마련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의 핵심 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을 복지부가 챙겨갔기 때문이다. 해당 기관의 장으로 복지부 퇴임 고위직들의 이동이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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