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짚트랙 타고 콰이강의 다리 걷고…스릴·낭만 2중주 만끽한 '창원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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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창원(경남)=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0-06-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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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마산 9경 수려한 풍광 가득 '저도'…해안 드라이브 코스·비치로드서 '힐링'

  • 영화 콰이강의 다리 닮은 저도 연륙교 뻥뚫린 바닥 아찔…저녁엔 은하수길

  • 높이 99m인 99타워 짚트랙 스릴 만점·19층 엣지워크·제트보트 짜릿함 더해

코로나19 종식은 언제쯤 가능할까. 종식한다 해도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생활 방역이 보편화하고, 일상의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흘러가는 세상이 왔다지만, 가슴 한쪽은 여전히 답답한 마음이 남아 우리를 괴롭힌다. 짭조름한 바다내음과 싱그러운 풀향기가 그립다. 파란 바다와 신록을 마주하며 마음의 평온을 얻고 자연 속에서 신나게 즐기며 갑갑함을 조금이나마 떨쳐내고 싶었다. 그렇게 경남 창원으로 향했다. 엄마 품처럼 포근하고, 낭만적이며, 활기가 넘치는 창원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저도 비치로드 제1 전망대 전경. 푸른 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사진=기수정 기자 ]

◆푸른 바다 옆에 끼고 천천히 걷기···저도 비치로드

창원에는 바다를 끼고 걷는 둘레길이 있어 힐링하기 좋은 매력적인 섬이 있다. 누운 돼지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은 섬 '저도(猪島)'다. 같은 뜻을 지닌 돝섬도 있지만 저도는 연륙교로 이어져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다.

저도까지 가는 길도 근사한 해안 드라이브 코스여서 최근 주목받는 '드라이브 스루' 여행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 동안 시원한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침내 저도에 닿았다. 창원시로 통합되기 전, 옛 마산시 9경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섬이다.

저도에는 6.5㎞에 달하는 해안 둘레길이 있다. 이름하여 '비치로드'다.

"제2 전망대부터 시작하는 해안 데크가 특히 압권이다. 예쁜 숲길이 이어져 힐링이 절로 된다"는 유혹에 넘어가 둘레길을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섬이 품은 길은 참으로 아늑했다. 바다를 끼고 그저 천천히 걸어볼 요량으로 일행을 따라나섰다.

탁 트인 바다 풍경이 모습을 드러내는 제1 전망대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길도 평탄했다. 잔잔한 파도 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 풋풋한 풀내음이 길동무가 돼주었다. 

섬 가장자리를 따라 완벽하게 조성된 나무 데크는 바다 풍경 못지않게 감탄스러웠다. 데크 편으론 바다와 기암괴석이, 오른편으론 해안 절벽과 삼림이 나타나 길동무가 돼 심심하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저도 비치로드는 섬 중앙에 우뚝 솟은 용두산까지 오를 수 있기에 바닷길은 물론 산길과 숲길까지 즐길 수 있었다. 창원 남쪽 끝자락에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걷기 길이 바로 이곳인 듯했다. 
 

저도 연륙교 야경[사진=기수정 기자]

◆저녁에 더 빛나는 곳...저도 연륙교

비치로드를 모두 걷지는 못했다. 태양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즈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되돌아 나왔고, 지척에 있는 콰이강의 다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복리와 저도를 잇는 '저도 콰이강의 다리'의 공식 명칭은 저도 연륙교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동명 영화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에서 이름을 따왔다. 다리의 모습이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강 계곡에 건설한 태국과 미얀마를 잇는 철도용 다리와 닮아 있었다. 

저도 콰이강의 다리는 의창군 시절에 구산면 육지부와 저도를 연결하기 위해 1987년에 설치한 곳이다. 본래 이름은 저도연륙교다. 길이 170m, 폭 3m 규모의 철제 교량이다. 이 다리가 명성을 얻게 된 건 2004년 새 교량이 설치되면서부터다. 기존에 있던 다리를 보행 전용 교량으로 전환했고, 2017년 개장하면서 창원의 새로운 명소가 됐다.

다리 바닥을 강화 유리로 마감해 스카이워크로 조성했다. 기존 교량 상판의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고 특수 제작된 강화유리를 깔았단다. 바다를 횡단하면서 13.5m 아래의 쪽빛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 아찔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저녁이 되니 LED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며 빛을 밝혔다. 발밑에는 신비로운 은하수 길이 펼쳐졌고, 다리 위에 서 있는 모든 이는 환호했다. 

남녀가 손잡고 이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퍼졌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을 찾는 연인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었다. 추억을 사진에 남기는 연인들의 모습이 석양에 물들며 낭만을 더했다.
 

짚트랙 탑승 준비를 마치고 활강을 기다리는 일행의 모습.[사진=기수정 기자]

◆짚트랙 타고 훨훨, 제트보트 타고 쌩쌩

어릴 적 롤러코스터 같은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즐기는 편이라고 자부했지만 짚트랙은 한 번도 도전한 적이 없었다. 두려움이 하늘을 나는 짜릿함을 앞섰기 때문에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이들도 잘만 탄다, 이번에 한번 도전해 보자"며 일행이 속삭였다. 그날따라 체험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코로나19 여파로 억눌린 여행 욕구를 짚트랙으로 날려볼 심산이었을지도 모른다.

창원짚트랙 탑승장이자, 엣지워크 체험장이 있는 99타워로 향했다. 높이가 99m에 달해 99타워로 불렀다.

21층 탑승장까지 가는 동안 말투는 당당했고, 발걸음은 자신감이 넘쳤다. 딱 거기까지였다. 탑승장에 서니 심장박동수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여느 짚트랙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아찔한 높이였고, 바다 위를 1390m나 이동해 소쿠리섬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머릿속이 멍해졌다. 직원은 "소쿠리섬까지만 가면 제트보트를 타고 빠르게 공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10분 남짓 이동하지만, 제트보트가 바다 위에서 360° 회전하고 속도가 빨라 짜릿할 것"이라고 말했다. 

99타워 19층에 자리한 엣지워크 체험장은 한술 더 떴다. 스릴로 치면 짚트랙보다 한 수 위였다. 엣지워크(edge walk)라는 이름처럼 타워 19층 바깥 가장자리를 걷는 체험이었다. 안전줄에 의지한다고는 하지만 난간 바깥으로 몸을 기울인다면? 생각만 해도 온몸이 저릿했다. 

99타워까지 가는 동안의 그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영상으로 남겨놓겠다"며 일행에게 체험을 넘기고야 말았다. 실랑이 끝에 결국 일행만 짚트랙 체험을 하기로 했다.

탑승장인 99타워에서 간단한 안전교육을 마친 일행은 80㎞의 속도로 재빠르게 활강하더니, 이내 모습을 감췄다. 잠시 후 제트보트를 타고 돌아온 일행은 "스릴 만점이다, 재밌다"는 말을 연신 뱉어냈지만,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쿵쾅거렸다.
 

저도 연륙교 야경 [사진=기수정 기자]

일몰 무렵 저도 연륙교에서 바라본 풍경[사진=기수정 기자]

일몰 무렵 저도 연륙교에서 바라본 풍경[사진=기수정 기자]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저도 연륙교 스카이워크 [사진=기수정 기자]

저도 연륙교 스카이워크 [사진=기수정 기자]

저도 연륙교 스카이워크는 데이트 명소로 유명하다.[사진=기수정 기자]

저도 비치로드 제1 전망대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짚트랙을 타고 떠난 일행의 모습이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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