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메리츠 운용 대표 "'동학개미운동' 계기로 금융문맹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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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0-06-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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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최근 나타난 개인 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은 한국의 주식 투자문화를 바꾸는 계기라고 봅니다. 특히 '금융 문맹' 문제가 심각한 일본과는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아서 긍정적입니다."

5일 메리츠운용 송파센터에서 만난 존 리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락장 이후 나타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열풍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강연이나 유튜브를 통해 받는 질문들을 보면 장기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국내 주식투자 문화가 코로나19 이후로 크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강연을 통해 금융투자업계 누구보다 자주, 또 많이 개인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하며 고객과의 접촉면을 늘렸다. 그런만큼 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자들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단기매매 위주로 이뤄지던 투자 문화가 장기 투자와 좋은 기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예전에는 주식을 한다면 위험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엔 다르다"며 "주식 투자를 말리던 아내가 남편과 함께 강연장에 오거나, 노부부가 손자들에게 장난감 대신 주식을 사주고 싶다며 찾아오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금융문맹' 일본 따라가선 안된다

리 대표는 오랜 기간 금융투자업계의 이단아로 불렸다. 그런 그가 최근 불어온 동학개미운동 바람과 함께 '존봉준'(존 리+전봉준)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좋은 기업에 장기간 투자하라'는 그의 투자원칙이 우직하게 우량주를 매수하던 개인 자금의 흐름과 닮았기 때문이다.

리 대표는 매주 한 번씩 송파센터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한다. 정기 강연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중계된다. 이외에도 따로 요청이 있으면 전국 방방곡곡을 마다하지 않고 강연에 나선다. 최근에는 방송에도 연달아 출연하며 국내 금융투자업계 종사자 중에서는 가장 많이 투자자들과 만나는 인물이 됐다.

그는 최근까지 이어져 온 '동학개미운동'에 대해 "국내 주식투자 문화를 일신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이나 실패라고 평가할 순 없겠지만,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흐름이 한국의 '금융 문맹'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대표는 일본 주식시장을 예로 들며 '동학개미운동'이 올바른 금융 교육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 자산이나 부동산에만 자금이 묶인 일본의 사례를 따라가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해 국가 경제의 활력을 잃었다"며 "국민들이 '금융 문맹'이 되버려서 국채만 사고, 저금만 쌓으면서 소중한 돈이 은행에서 잠만 자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하는 용기가 있어야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고, 전체 경제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나타난다"며 "그렇지 못하니 대대로 내려오던 가업만 하게 되고, 아무도 새로운 기업은 만들지 못하는 상황까지 흘렀다"고 꼬집었다.


 

메리츠자산운용 송파센터 전경 [사진=안준호 기자]


"주식 투자는 좋은 기업의 성장 과실을 나누는 것"

단순 자산인 부동산과 달리 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고용을 창출하며 경제를 발전시킨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곧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훌륭한 일이라는 것이 존 리 대표의 철학이다. 그는 "지수 등락을 예측하고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은 제 기준에선 건전한 투자로 보지 않는다"며 "좋은 기업을 장기간에 걸쳐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리 대표는 일본 대신 이스라엘과 중국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중국의 많은 기업들이 세계에서 제일 큰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있고, 중국의 경우 대학생의 40%가 창업을 원한다고 한다"며 "반면 한국은 창업과 자금조달이 어려워 아직도 공무원, 대기업만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면 기업의 성장을 돕는 것은 물론 투자자인 개인도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고 경제적으로 독립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학개미운동'을 폄하하는 언론 보도들도 있었지만, 건전한 주식 투자 문화의 정착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일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환골탈태 할 수 있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운영 중인 송파센터는 이러한 리 대표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장소다. 운용사 중 최초로 만든 단독 지점답게 일반적인 금융투자회사 지점과는 공간 구성부터 다르다. 지점 앞에는 고객들이 쉴 수 있는 테이블을 배치하고, 내부에는 강연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편의점처럼 쉽게 찾아올 수 있는 '펀드 스토어'를 목표로 했다는 것이 리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금융 교육이 중요하다는 신념 때문에 언제든 편하게 교육과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며 "평소엔 본사에서 근무하지만 일주일에 1~2번은 꼭 이곳 센터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고객들을 만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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