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방위비 협상 파행으로 무급휴직에 처했던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들이 가까스로 숨통을 틔웠다. 양국이 지난 3일 임금 선(先)지급에 뜻을 모으면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불필요한 세금 지출을 늘려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월급을 주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①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왜 했나?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의 장기화로 무급휴직에 처했다.
정부는 제11차 SMA 협상 난항이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으로 이어지는 사태를 피하고자 인건비에 대해서만 별도의 교환각서를 체결, 국방부가 확보해 놓은 분담금 예산에서 우선 지급하는 방식을 미국에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 협상단이 이를 거절, 지난 4월 1일부터 4000명가량의 한국인 노동자가 무급휴직 상태에 들어갔다.
정은보 방위비협상대사는 무급휴직을 하루 앞둔 3월 31일 브리핑을 자처하고 "오늘 주한미군사령부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일부에 대해서 무급휴직을 예정대로 내일 4월 1일부터 시행할 것임을 알려왔다"며 "(무급휴직 조치는) 양국 간의 협상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 "무급휴직 대상 한국인 근로자들이 조속히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② 무급휴직 문제, 어떻게 해결했나?
무급휴직이 두 달가량 이어진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돌연 성명을 내고 제10차 SMA의 유효기간 만료로 무급휴직에 처한 주한미군 기지 한국인 근로자 약 4000명의 인건비를 한국 정부가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한국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합의는 한국이 올해 말까지 4000명의 한국인 근로자에게 2억달러(약 2432억원) 이상을 지불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외교부도 3일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중단하기로 한 미측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한·미 양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방위비분담 협상이 합의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 간 간극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등으로 방위비 협상 공백이 장기화하고 무급휴직이 길어지는 데 대해 미국 정부가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③ 한국인 근로자 임금, 정부 추가 지출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추가 지출이 아니다. 이는 그간 방위비 분담금의 용처와 한·미 간 협상 경과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 중 약 40%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임금, 즉 인건비를 차지한다. 이외 60%는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으로 쓰인다.
그간 전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중 한국 정부가 방위비분담금으로 부담하는 비율 역시 4분의 3 이상이었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을 위해 일하는 국내 근로자 임금 대부분은 사실상 한국 정부 세금에서 충당돼온 셈이다.
다만 이번에 국방부가 선지급한 금액은 추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 시 전체 분담분에서 차감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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