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리스크 앞세워 벼랑 끝 전술 나선 北…"대북특사 등 특단 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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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6-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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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연락사무소 전화 안 받아...개소 후 처음

  • 김여정, 4일 담화 통해 연락사무소 폐쇄 경고

  • 정치국 회의 주재한 김정은...대남 메시지 無

  • 남측 언급 대신 경제·민생 등 내부 문제 강조

  • "비공개 대북특사 등 신중한 접촉 시도할 때"

북한 청년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집회를 열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7일 보도했다. 평양시 청년공원야외극장에 모인 북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주먹을 불끈 쥐고 군중집회를 하고 있다. '민족반역자이며 인간 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죽이라'라고 쓰인 대형 선전물도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김여정 리스크'를 앞세워 벼랑 끝 전술에 나섰다. 북한은 연일 대남(對南) 비난을 이어가며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선 대북특사 파견 등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北, 연락사무소 전화 안 받아...개소 후 처음

8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연락사무소 업무개시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경고했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를 실제 실행에 옮기는 수순에 돌입한 셈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연락사무소는 예정대로 북한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현재 북측이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은 통상 특별한 현안이 없더라도 평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 차례에 걸쳐 업무 개시와 마감 통화를 진행해 왔다.

지난 2018년 9월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북측이 통화연결 시도에 대해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 대변인은 "오늘 오후에도 예정대로 통화를 시도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시점이 언제냐'는 물음에 "지난 5일 오후 5시경"이라고 답했다.

앞서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발표한 담화에서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막지 않을 경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 날인 5일 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도 담화를 내고 김 제1부부장이 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폐쇄' 등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자립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국 회의 주재한 김정은...대남 메시지 無

이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대북전단 살포 등 남북 현안에 대해 일언반구도 내놓지 않아 관심이 쏠린다.

보름 만에 공개활동에 나선 김 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대남 메시지를 발신하는 대신 경제·민생 등 북한 내부 문제를 강조했다.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으로 대남 적대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대남 현안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단 얘기다.

김 위원장이 '대남사업 총괄' 역할을 천명한 김 제1부부장과 역할을 분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정부가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둔 가운데 '김여정 리스크'로 난감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이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라는 공식 직책을 뛰어넘는 사실상 2인자임을 북한 내부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것 같다"며 "북한이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지난 4일자 신문 2면 상단에 소개한 데 이어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도 6일자 신문 2면 상단에 게재하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각계 반향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결정 이후 대외적인 대남 비난을 자제해온 북한이 드물게 강경한 기조를 보이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조속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은 남측의 공개제안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비공개특사 등을 통해 신중한 접촉을 시도할 때"라고 전했다.

정 센터장도 "북한이 현재 남한 정부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이례적으로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남북한 간 비공개적 형식을 포함한 다양한 소통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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