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 국가들의 입국 통제 조치 등으로 타격을 받은 국내 항공주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 등 여객 수요는 급감했지만 화물 수요가 늘면서 지난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했던 데다 국제선 운항 재개 기대감 등이 반영된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지난 3월 이후 각각 약 90%, 80% 상승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업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지난 3월 급감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3월 20일 1만703원까지 하락해 신저가를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같은달 19일 2270원까지 떨어지며 신저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8일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만700원, 4315원으로 장을 마쳐 93.40%, 90.09%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했던 주가가 회복 국면에 진입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요 항공사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했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면서 일부 국제선 노선 운항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은 2조427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2.5% 줄었고 828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시장 추정치 평균을 상회했다. 대한항공에 대한 1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2조4350억원, 영업적자 추정치는 2040억원 규모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객부문의 실적이 급감했지만 화물부문에서 전체 실적을 상당 부분 만회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화물수송 부문의 양호한 실적이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여객기 90%의 운항이 중단되는 상황이 4월부터 지속됐지만 여객기 운항중단은 글로벌 항공화물 공급의 약 50%를 차지하는 여객기 화물칸(Belly cargo) 공급 감소로 이어졌고 의약품 및 의료장비 등의 긴급 수송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항공화물 운임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한항공에 대해 "글로벌 항공화물 물동량의 50%가 아시아-미주, 유럽 노선에서 발생하고 있고 2018년 기준 글로벌 6위의 항공화물 수송실적을 보유 중인 만큼 화물시황 호조의 수혜를 누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항공여객 공급은 4월에 이어 5월에도 80% 넘게 중단된 상태로 4월 여객 탑승률은 30%대로 하락한 반면 화물은 전년 동월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며 "여객기 화물칸 공급이 여객 노선 운항 중단으로 75%나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홍콩에서 발표하는 항공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에 따르면 홍콩에서 북미와 유럽으로 가는 항공화물의 지난달 운임은 작년 5월보다 2배 이상 치솟은 것으로 추산된다"며 "특히 양대 국적사는 전 세계적으로 화물 매출 비중이 최상위권이어서 가장 큰 수혜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면서 항공주 상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도 항공사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코로나19 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만큼 여객부문 부진이 지속될 경우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운항 재개 움직임이 있지만 출입국 통제 및 자가격리 등으로 수요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국제선 운항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 추세에 있고 시판 단계에 이른 치료제 및 백신 부재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 시점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며 "점진적인 각국의 입국 금지 조치 해제가 실질적인 여객 수요 회복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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