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에 쉼을" 5년 뒤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로 밭 간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원승일 기자
입력 2020-06-09 11:3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농진청, 사람 조작 필요없는 자율주행 트랙터 2025년 대중화

  • 자율주행 이앙기 현재 상용화...무인 스마트 방제기는 10월

#. 아들이 밭에서 트랙터를 운전하고 있다. 아버지는 집에서 컴퓨터로 오늘의 날씨, 기온 등을 체크한 뒤 아들에게 물을 어디에, 얼마나 뿌릴지 지시한다. 아들은 운전대를 꺾어 올리고, 트랙터를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한다. 그리고 휴대폰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미국 농기계 회사인 존 디어(John Deere)가 7년 전에 올려놓은 유튜브 속 이야기가 지금 현실이 됐다. 전 세계 농기계 판매 1위인 존 디어는 트랙터를 포함 무인 자율주행 농기계의 연구개발(R&D)에 앞장서고 있어 주목받는다.

5년 뒤에는 우리나라 농촌에서도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기계 3개사(대동, 동양, 국제)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자율주행 트랙터의 상용화를 위해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스마트팜개발과장은 “정부 혁신의 일환으로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 지역의 노동력 부족 해결을 위해 트랙터 등 자율주행 농기계 연구개발에 나섰다”며 “2025년에는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가 일반 농가에도 보급돼 일손을 덜고 농민에게 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사진=농촌진흥청]

◇사람 조작 필요없는 자율주행 트랙터 2025년 대중화

자율주행 트랙터는 무인 경작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농진청이 농기계 회사 LS엠트론과 개발 중인 자율주행 트랙터는 기존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하지 않고 카메라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전면부에 설치된 카메라가 트랙터의 눈이 돼 밭의 동선과 주변 사물을 파악해 주행한다.

GPS 탑재 시 400만원가량 추가 비용이 드는 트랙터에 비해 카메라는 30~40만원에 불과하다. 현재 트랙터 가격이 1억원가량인데 카메라 장착 자율주행 트랙터는 1억1000만~2000만원으로 대중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트랙터는 직진 구간에서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곡선 구간을 선회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까지 3년여간 연구개발과 실증 테스트가 필요하고, 5년 후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란 게 성제훈 과장의 설명이다.

기자가 직접 자율주행 트랙터에 올라타 봤다.

이전 운전자가 미리 작업 경로를 설정한 대로 무인 경작 기능을 실행하자 트랙터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농진청에 마련된 0.3ha(1000평) 규모의 실험용 농지에서 트랙터는 시속 5㎞로 자율주행했다. 앞뒤를 오가며 경작을 시작한 지 30분 후 작업이 끝났다. 기자가 한 일은 트랙터의 시동 버튼을 켜고 끈 것이 전부였다.
 

지능형 무인 스마트 방제기[사진=농촌진흥청]

◇자율주행 이앙기 현재 상용화...무인 스마트 방제기는 10월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농기계 기술 수준은 미국, 일본 등에 비해 5년 정도 뒤처져 있다.

미국 농기계 회사 존 디어는 현재 무인과 유인 자율주행 농작업 기술이 접목된 농기계를 상용화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직선은 물론 곡선 구간에서도 농작업이 가능한 자율주행 트랙터를 개발, 홋카이도 등 주요 농업지역에서 사용 중이다.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의 모태는 모 심는 기계인 자율주행 이앙기였다.

대동공업은 최근 직진 자율주행이 가능한 이앙기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자율주행 이앙기는 일정한 직진 구간에서 자동으로 모를 심을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모판 운반자 1명, 이앙기 운전자 1명 등 2명이 1조로 작업을 해왔다면 이제 1명의 노동력만으로도 가능해졌다.

이 밖에도 농진청은 벼농사용 제초로봇기술, 지능형 무인 스마트 방제기(Speed Sprayer) 등 다양한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 중이다.

2014년 논에서 5㎝ 이내의 오차로 모 사이를 자율주행하며 잡초를 제거하는 궤도형 벼농사용 제초로봇을 개발한 데 이어 2018년에는 바퀴형 벼농사용 제초로봇을 선보였다.

2016년부터는 사과 과수원 농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한 과원용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선택적 방제가 가능한 지능형 무인 스마트 방제기를 테스트하고 있다. 레이저 센서로 자율주행하고, 과수 형상을 인식해 나무가 있는 곳에만 농약을 뿌리는 선택적 분사가 가능하다.

올해 8월 또는 10월에 상용화되면 농약 사용을 줄여 20% 비용을 절감하고, 친환경 농작업이 가능하다는 게 농진청 설명이다.

성 과장은 “온실 재배 등 시설 위주의 스마트팜을 벼농사까지 확장하는 게 우리가 계획하는 디지털 농업”이라며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로 농민이 흙을 밟지 않고 일하고, 쉴 수 있는 농업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