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제주항공, ‘빅딜’ 계약 조건 수정 요구... 이달 내 합의 못하면 ‘무산’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항공업계 ‘빅딜’ 불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인수 대상인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각각의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은 예상치 못한 사태인 만큼 당초 계약 조건대로 이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이 이달 안에 어떤 방식으로든 결정이 난다.

HDC현산과 제주항공은 각각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과 M&A 계약을 하면서 최종 시한을 이달 말로 못 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말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면 사실상 계약 자체가 무산된다는 뜻이다.

계약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거래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지속돼 이변이 없는 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일단 HDC현산과 제주항공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인수 포기설에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계약 조건의 변경을 요구하며, 인수 대상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의 최후통첩을 받은 HDC현산은 이날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인수 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에 대한 재점검과 재협의를 위해서 계약상 거래종료일 연장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4조5000억원 증가했다. 또 지난 1분기 부채비율이 작년 말 대비 1만6126% 급증했으며, 자본총계는 같은 기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하다. HDC현산이 계약 원점 재검토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이다.
 

지난 4월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정리해고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의 입장도 HDC현산과 대동소이하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대주주가 직원들의 체불임금을 정리하지 않으면 거래를 무산시킬 기세다. 앞서 지난 2월 이스타항공은 사전공지나 합의 없이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단 한번도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누적된 체불임금만 250억원에 이른다.

이스타항공 측은 “당초 계약에 따르면 미지급 임금은 모두 인수자가 해결하기로 한 것이었으나,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사유로 추가적인 부담을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제주항공 관계자는 “체불임금은 현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계약서 상에 제주항공이 떠안는다는 내용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일단 이스타항공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제주항공도 계약 조건과 다른 거래를 원하는 셈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으니, 체면을 구기더라도 인수비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전략이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추가적인 부담을 하지 않겠다"고 회사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피해 당사자인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최근 노조 측과 간담회를 갖고 “4월 이후 휴업수당을 반납하는 데 동의하면 2∼3월 체불임금은 최대한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황이 크게 바뀐 만큼 인수 주체들이 계약을 재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기간산업의 운명이 달린 만큼 정부가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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