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년 만에 대남(對南) 사업 적대화를 선언했다. 북한은 지난 9일부로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북한은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았지만 결국 북·미 대화가 장기간 교착하는 데 따른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① 북한,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 차단했나?
그렇다. 10일 대북사업 주무부처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청와대 핫라인과 군 당국 간 연락수단 등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폐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2020년 6월 9일 낮 12시부터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차단, 폐기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간 정례 통화는 물론, 정오에 연결한 통화에도 불응했다.
② 대남 사업 적대화, 이유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는 앞서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예고한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한국 정부를 향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으면 △ 금강산 관광 폐지 △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으로 응수하겠다며 경고한 바 있다.
다음 날인 5일 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도 담화를 내고 김 제1부부장이 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폐쇄' 등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본질적으로는 북·미 대화가 장기화하는 데 따른 북한의 불만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각수 전 주일 한국대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비단 대북선전물만으로 남한을 적대화한 것이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서울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회피 등) 이루려고 한 것이 하나도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전 대사는 "현 상황의 본질은 북·미 핵 협상이다. 핵 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북한의 답답한 부분을 (남측이) 긁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③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맞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북 선전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로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지목하고 있다.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북한의 남북통신선 차단의 원인이 된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코로나 방역의 문제도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 전 의원은 "북한이 코로나 방역에 최역점을 두고 있는데 탈북민 커뮤니티에 '감염자가 사용했던 물품을 띄워 보내자' '코로나를 퍼뜨려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자'는 등 코로나를 북한에 퍼뜨리려 하는 의도의 내용들이 게재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삐라와 함께 오는 물품에 이러한 위험이 있지 않으냐는 것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국경봉쇄를 통해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는데 탈북민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촉각을 세우고 경계하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④ 남북직통전화 단절, 이번이 처음인가?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그간 여섯 차례에 걸쳐 남북 간 직통전화를 단절했다. 이번이 일곱 번째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북한은 2016년 2월 남측이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자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 통신선 차단으로 대응했다. 이후 남북 간 설치됐던 연락통로 40여 회선은 모두 끊어졌다.
2010년 5월 정부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5·24 조치를 단행했을 때도 판문점 채널이 끊어졌다가 2011년 1월 복원된 바 있다.
2008년 11월에는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자 북한이 이를 문제시, 판문점 연락채널을 차단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로 북측이 조문단을 파견하면서 2009년 8월 채널이 복원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