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선’ 끊은 北,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철거 수순 밟나

  • "北 '단계적 조치' 예고…다음은 연락사무소 폐쇄·금강산 철거일 수도"

  • "北 대적사업 전환 '준비된 일정'…'상호안전보장' 접근 프레임 전환 必 "

북한이 대남(對南)업무의 대적(對敵) 사업으로 전환하고, 첫 단계로 남측과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한 만큼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다음 조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북한이 ‘단계적 대적 사업’이라고 언급한 만큼 단기간 내 북한의 강력한 추가 조치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대남 비난 담화를 통해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또 지난 8일 대남사업부서 총화회의에서 김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단계적 대적 사업 계획들을 심의하고 우선 먼저 북남 사이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북한 매체는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반도 정세와 평화프로세스’ 주제 포럼에서 북한의 다음 행보를 ‘금강산 시설 철거’로 꼽았다.

홍 실장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는 2월 말에 하려던 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지연된 것”이라며 “북측이 강제철거를 하겠다고 하거나 실제를 이를 이행할 수 있다. 이것이 이미 나와 있는 가장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강산 시설 철거와 연락사무소 폐쇄가 북한의 다음 조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현재 연락 채널만 끊은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이 사무소 폐쇄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개성공단 완전 폐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졌다.

홍 실장은 “(개성공단) 폐쇄 선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북한이 무리하게 진행한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다”며 “기업 재산권과 관련 국제적으로 부각될 부담이 있어 선제적으로 이 카드를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 중대한 조치가 단기간 내에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홍 실장은 “북한이 누적된 불만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연락선을 차단하기는 했지만, 단계적 대응을 시사했다”며 “이는 남측의 반응과 태도를 보아가면서 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반도 정세와 평화 프로세스' 시대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정혜인 기자]


◆“北 대적 사업 전환, 이미 준비된 행보”

홍 실장은 최근 북한의 행보에 대해 “이미 준비된 아이템과 스케줄에 따라 이뤄지는 조치”라며 “김여정 담화 이후 내놓는 조치들은 그 속도와 전격적인 대내 공개방식, 조직적 전파와 선동 등으로 봐선 이미 준비된 행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북한은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발표 이후 다음날인 5일에는 통일선전부 대변인 담화, 8일 대남사업부서 사업총화회의, 9일 남북 통신연락채널 차단 통보 등의 행보를 보였다.

홍 실장은 북한이 통신선 차단을 통보하며 ‘첫 단계 행동’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단계별로 준비된 행동 조치들이 있음을 예고했다”고 분석, 남측 정부의 대응 방식에 따라 준비된 단계별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북한의 대남 강경 전환 선언은 본질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한국의 대북 접근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며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합의의 본질은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상호 군사적 위협 줄이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들 합의 이후 지상·공중·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군사합의 초기이행 이외에는 사실상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현재의 남북 관계 교착의 원인으로 꼽았다.

홍 실장은 “한국이 북·미 협상과 비핵화 문제가 우선이라며 한·미 공조 우선 틀 아래서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이 북한의 불신을 산 주요인”이라며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나 비핵화에 종속된 위상으로 보지 않고 남북 사이의 ‘상호안전보장’이란 차원에서 접근하는 과감한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북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가 9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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