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최대 규모 연구개발센터 착공...반도체 자급 '가속화'
10일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산하의 콘텐츠 플랫폼인 바이자하오(百家號)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달 예고한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센터를 상하이에 이달 착공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월 화웨이는 상하이 칭푸(青浦)구와 협력해 '화웨이 칭푸 R&D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화웨이 칭푸 R&D센터는 칭푸구 뎬산후(澱山湖)에 자리를 잡는다. 화웨이의 첫번째 슈퍼기지인 광둥(廣東)성 둥관(東莞) 소재 연구개발 본부(1900무, 1무=666.67㎡, 약 38만평)보다 더 큰 규모(2600무, 약 52만평)로 건설될 예정이다.
화웨이는 칭푸 R&D센터 및 직원 아파트 건설에 400억 위안(약 6조7732억원)을 투자한다. 토지 및 건설 투자에만 200억 위안(약 3조3866억원)이 들었고, 나머지는 설비 투자에 '올인'했다.
화웨이 칭푸 R&D센터에서는 반도체칩, 무선네트워크,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연구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아울러 향후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R&D 설계분야에서의 핵심 역할을 하는 동시에 무선 네트워크, IoT 등 R&D 허브 역할을 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화웨이 칭푸 R&D센터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와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이다. 화웨이가 SMIC 인근에 R&D 기지를 구축한 것은 연구·개발, 제조·생산에 시간과 자본을 절감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또 SMIC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반도체기업이 상하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화웨이가 상하이를 거점으로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 최대 직업정보 플랫폼 칸준망에 따르면 상하이에는 약 600개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화웨이는 그동안 하이실리콘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중요 반도체 부품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왔다. 하지만 하이실리콘이 설계만 하는 회사인 만큼 대부분의 생산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TSMC와의 거래가 끊길 위기에 처해지자 화웨이는 올해부터 SMIC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후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재고를 급격히 늘리고, 거래처 확보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웨이는 TSMC 대신 대만의 통신 반도체 부품 제조사인 미디어텍과 상하이웨이전자와 협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사의 수준은 화웨이가 스스로 설계해 TSMC에서 생산한 '맞춤형 반도체' 수준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에 반도체 최종 공정을 중국에서 하라는 구애의 손짓도 보내고 있다. 미국 제재가 날로 심해지자 화웨이는 첨단 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반도체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관련 업체에 자국 생산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닛케이아시안비즈니스리뷰(닛케이)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화웨이가 중국과 해외 반도체 협력업체에 최종 공정에 해당하는 패키징과 검사, 반도체 등을 배치해 회로로 연결하는 공정을 이르면 올해 말까지 중국에서 생산해 달라고 요청했다.
통상 반도체 제조공정은 대부분 유럽, 일본, 한국, 대만 등 국가에 분산돼 이뤄지는데, 중국으로 이전해 부품 생산을 현지화해 달라는 얘기다.
다만 일부 기업들은 화웨이의 요청에 거절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아지노모토 자회사인 아지노모토 파인테크노와 히타치카세이 등에 반도체 실링 공정에서 필수적인 재료인 절연필름의 생산을 중국에서 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들 일본 기업은 중국에 생산기지를 만들 필요성을 지금 당장 느끼지 못한다며 거절한 것이다.
이밖에 화웨이는 쭝후이신광반도체과학기술(영문명 버틸라이트)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화웨이 반도체 생태계를 단단히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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