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며 현재 시행 중인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두고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과 함께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학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매도 금지 연장이 증시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과 함께 금지조치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날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바로 하지 않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제도 개선과 함께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언급은 최근 증시가 급격히 반등하자 공매도 금지가 효과를 발휘했다며 금지 조치 연장을 요구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3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6개월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시행 이후 약 3개월이 흐른 지난 12일 기준으로 보면 코스피는 저점 대비 약 46% 상승했다. 코스닥 지수는 상승률이 74.13%로 더욱 컸다. 공매도 금지에 대한 주식 투자자들의 호응이 큰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도 공매도 금지가 증시 반등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됐던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위기 사례를 살펴봤을 때 공매도 금지가 빠른 반등의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추이를 봤을 때 2008년은 공매도 재개 직전까지 12배로 상승했고, 2011년은 9.0배까지 상승했다"며 "현재 코스피는 공매도가 허용됐다면 2000포인트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과거 사례로 추정한 약 9%의 부양효과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스피가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반등한 현재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증시가 회복된 만큼 공매도 금지를 해제해 순기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판 뒤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야 돈을 벌기 때문에 다수 투자자들의 비판의 표적이 되곤 하지만 지나치게 가치가 고평가된 주식에 대해 거품을 제거하는 효과도 갖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국가들의 증시도 다같이 회복했지만, 반등 속도는 한국이 가장 빨랐다는 점에서 공매도 조치가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코스피가 반등하며 과열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언한 해제 시점을 연기하는 것이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공매도를 활용해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계 롱숏펀드 자금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지 조치를 연장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도 악화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헤지(Hedge)가 되지 않아 외국인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자금 운용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장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더 커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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