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지원 "남북관계 20년 전으로 후퇴 위기...극단의 조치 취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신형 정치팀장·신승훈 기자
입력 2020-06-15 00: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대북 특사 파견...남·북·미 정상 만나야

  • 다당제 실패는 대통령 후보감 부재탓

  • 민주당 장기 집권 위해선 겸손이 중요

  • DJ '오부치 선언'처럼 日과 대화 노력

  • 中과도 경제 위해선 결국 함께 가야

'정치 9단'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파국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에 대해 "대북 특사를 조속히 파견해 남·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본지와 대담 형식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방치하면 자칫 6·15 남북공동선언(2000년) 이전 상황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남·북·미 3국 정상 간 애정과 신뢰를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먼저 얘기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하는, 발상을 뛰어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학양성의 길로 나선 그에게 '박지원의 역할론'을 물었다. 박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통해 진보 정권이 재창출돼야 한다"면서 "그래야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념과 철학 특히 대북정책이 이어갈 수 있다. 거기에 박지원의 역할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른바 '박지원의 역할론'을 수행하기 위해 그는 체력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팔순을 바라보는 그는 "4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밤 6㎞씩 걸었다"고 전했다. 현역 시절보다 방송 출연 및 인터뷰 건도 늘었다. 낙선 이후 총 방송 출연만 86차례(지난 12일 기준)나 했다.

박 교수는 킹메이커를 넘어 대권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도 방송하다가 대통령이 됐다"면서 "나도 잘되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했지만, 지금은 죽은 사람도 다시 보는 시대"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대담 내용이다.

◆"與 집권하기 위해선 첫째도 둘째도 겸손"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12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본지와 가진 대담에서 "다당제가 실패한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보복"이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오랜 기간 국회의원 생활을 마치고 단국대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게 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석좌교수직을 수락한 배경은 무엇인가.

"6월 1일 자로 임명됐지만, 아직 강의를 하지는 않았다. 젊은 학생들에게 대북문제, 국제·국내 정치 현안 및 나의 경험을 살려 강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단국대학교에 감사하다."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다당제 시대가 4년 만에 막을 내렸다. '거대 양당' 구체제가 다시 살아나면서 소수 정당의 입지는 좁아졌는데.

"대통령 중심제는 양당제다. 우리 정부체제는 실질적으로 내각책임제가 포함돼 있다. 극한 양당 대립 구도를 완충할 3당 즉 제3세력의 필요성이 있었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실패했다. 제3당은 국민 신뢰를 받을 대통령 후보가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아울러 대통령 후보감이 있느냐에 따라 국민 관심도와 지지도가 좌지우지된다."

-일각에선 일본의 자민당 같은 ‘1.5당제’ 시대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동의하는가.

"다당제가 실패한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보복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대통령 중심으로 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최근 선거에서 4연승을 했는데 앞으로 계속 집권하기 위해선 오만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야당을 인정해야 한다."

-바야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데, 실물과 금융의 복합 위기 등으로 한국 경제도 역성장이 불가피하다. 1997년 외환위기 극복한 경험도 있는데, 지금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의 주연은 국민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위해 '용서와 화해'란 화두를 던지고 실천했다. 또 외국에서는 사재기를 하거나 재산을 빼가기 바빴지만, 우리 국민들은 장롱에 넣어둔 금반지를 국가를 위해 내놓았다."

-코로나19 사태를 과거 경험에 비춰 진단해 본다면.

"외환위기 때는 우리 경제만 나쁘고 세계는 좋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다 붕괴됐다. 특히 인공지능(AI) 혁명 시대 때문에 '국경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이 가장 중요해지게 됐다.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는 와중에 어떻게 경제를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남·북·미 정상회담 필요...상상 초월할 일 만들어야"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종국적으로 남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남북 관계가 위기다. 남북 연락망이 모두 끊겨 다시 적대적 관계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북한은 풍계리 핵시설을 폐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또 유엔 송환에도 나섰다. 그러나 한·미가 행동 대 행동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경제협력이 이뤄지지 않았다."

-남북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남북 관계는 100가지 합의를 해도 북·미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나도 실천이 안 된다. 북한 경제가 나빠지고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공공의 적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이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 지금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상상을 초월한 극단의 조치가 3국 간에 이뤄지지 않으면 6·15 남북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3국 간 극단적 조치로 무엇이 있을까.

"대북 특사를 조속히 파견해야 한다. 대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을 접촉해서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도록 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 또는 한·미 정상회담을 서둘러서 종국적으로는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여기서 상상을 초월한 그런 일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정학적 위기로 우리나라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섰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에 '미국은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라고 했다. 한·미동맹을 굉장히 중시했다. 미국이 아니면 우리가 6·25에서 살아남았겠는가. 우리는 국익을 위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렇게 해서 한·중 관계가 30년이 됐다. 우리는 중국에 수출 물량의 4분의 1을 판다. 미국 택하고 중국 버리면 살 수 있는가. 물론 우리 가치관과 체제는 미국과 가깝다. 그러나 체제도 중요하지만 빵을 사 먹는 경제도 중요하다. 결국 함께 가야 한다."

-한·일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부치 선언'을 통해 한·일 관계를 풀었는데.

"내가 문화관광부 장관(현 문화체육관광부)을 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부치 선언'을 했다. 오부치 선언 이후 일본에서 우리나라가 일등 관광 선호국이 됐었다. 관광객이 늘어 항공편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당시 '김포-하네다' 선을 재개했다. 그런데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다. 금년 하반기에는 일본에 새로운 총리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일본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종인 비대위, 3~4개월 가기 힘들다"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현재 정국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치권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어떻게 예상하나.

"이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지금 포스트 코로나, 대북문제가 당신들의 운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정치의 계절로 만들지 말고 경제의 계절로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경제의 계절을 강조하지만, 전당대회를 한다고 하면 국민이나 언론은 정치의 계절로 빠져드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집권여당인 만큼 경제에 집중해야만 한다."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호남 필패론'에 대한 생각은. 이낙연 의원을 '스토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그런 지적과 여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정치를 해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당 대표, 대통령 후보로서 비전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이낙연 의원은 문재인의 총리였기 때문에 본인의 메시지를 내는 기회가 아주 적었다."

-여권 물밑에선 '포스트 문재인'을 위한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정세균 국무총리가 구경만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김두관, 이광재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움직일 거라고 본다. 현재 1년간 민심은 이낙연 의원이었지만, 당권부터 대권까지 꽃가마 타고 가도록 누가 놔두겠는가.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경쟁을 통해 당원 및 국민 검증을 혹독하게 받은 인물을 내세우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좌클릭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메시지를 선점한 게 사실이다. 현재 정국은 김종인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보수 정치인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3~4개월 가기 힘들다. 김 위원장은 '선길후흉'(처음에는 좋은 듯하나 후에는 흉하게 되는 것)한다고 본다." [대담=최신형 정치팀장, 정리=신승훈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