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데니스는 영국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같은 돈으로 홍콩에서 보다 런던에서 더 큰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다”며 “게다가 런던의 부동산으로 자산을 옮기면, 어떤 불확실성으로부터 나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곧 영국으로의 이민도 추진할 생각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최악의 경제·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홍콩 미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많은 홍콩 부자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자산을 외국으로 옮기고 있던 중이었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으로 불거진 시위가 장시간 이어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져 홍콩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졌단 판단 때문이다.
실제 영국계 금융회사인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C)에는 홍콩 시민의 해외 계좌 개설 문의가 이전보다 25∼30% 증가했다. 이들은 싱가포르와 영국, 호주, 대만 등에 새로 계좌를 만들고 싶다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콩에 상장회사를 둔 재벌들의 상당수가 홍콩보안법에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홍콩 경제의 안정적인 미래를 자신했지만, 많은 사업가와 전문직 종사자들의 의견은 비관적이다.
홍콩 투자은행사 종사자인 샘은 곧 홍콩을 떠날 예정이라며 “1989년 베이징 톈안먼 사태 때, 호주 브리즈번으로 이주한 후 20년 전 홍콩으로 돌아왔지만, 이제 이 곳에 남아 있을 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황은 매우 나빠 보이고, 점점 악화하고 있다”며 “자녀들을 위해 호주로 이민을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로 자산을 옮긴 쳉도 “중국의 홍콩 자본시장 장악은 더 많은 불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9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을 맞아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광둥성의 수출 업계 관계자 류안량은 "홍콩에서 우리 같은 투자자들은 돈이 계속해서 안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로 빨리 환전하고 미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등 분주히 대비하고 있으며, 일부는 홍콩 부동산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홍콩의 자본과 인재 유출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홍콩 소재의 운용사인 포트쉘터자산운용의 리처드 해리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아직 자산을 옮기지 않은 다른 이들도 아마 곧 이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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