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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재실에서 홍살문에 이르는 숲길은 전나무와 소나무가 터널처럼 하늘을 가리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역사가 크게 굽이칠 때가 있다. 지금이 그 시절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전대미문의 역병이 인류를 매일 새로운 시간 위에 세우고 있다. 어제의 세계와 전혀 다른 오늘부터의 세계를 맞으며 새삼 가슴에 새기는 네 글자가 있다. 관고찰금(觀古察今)이다. 과거를 돌아보아 현재를 살핀다는 뜻이다.
문화재청이 하는 일은 순간순간 관고찰금의 연속이다. 한민족의 호흡이 켜켜이 스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며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해주기 위한 소임은 막중하고 준엄하다. 그 엄중한 길에 함께 해주는 동학(同學)은 언제나 반갑고 고맙다. 문화재청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황호택 이광표 두 언론인 출신 동학은 전공 학자와는 또 다른 시각에서 조선을 들여다보았다. ‘역사문화 眞景산책’이란 제목은 현장을 발로 뛰는 기자정신을 함축하고 있다. 아주경제신문 연재 당시부터 학계와 재야의 주목을 받으며 역사가 왜 나날이 새로운 기억으로 거듭나야 하는지를 일깨워주었다.
그 첫 편인 남양주는 ‘문사철(文史哲) 남양주’라는 평을 들을 만큼 풍부한 실증 사료와 두터운 생각거리를 담아냈다. 전직 선후배 기자 사이인 두 필자는 공동 집필 과정에서 보완과 협동의 상승효과를 보여주었다. 논설주간을 지낸 대기자와 문화재 전문기자의 협력은 남양주를 제대로 톺아보는 결실을 맺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사진=연합뉴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들은 한강을 따라 이곳으로 모인다. 그리고 한강을 따라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간다. 남양주는 만나고 모색하고 새로운 정신을 탐색하는 곳이다. 정약용이 그랬고 정선이 그랬던 것처럼.”
유독 조선 왕과 왕실의 무덤이 많은 남양주는 문화재청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땅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양주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실천해야 할 때”라는 한마디는 문화재 행정 담당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동학이 제시하는 가르침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숙제가 남았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흔들리고 있는 지구에서 우리 함께 오늘을 이겨내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힘의 단초를 이 책에서 발견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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