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경제 회복 논의 다자 정책 화상회의를 진행 중인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대대적인 경제 구조개혁에 나선다. 지난 2008년 국가부도 위기 사태로 받았던 충격을 채 회복하지도 못했는데 올해 코로나 사태로 -10% 안팎에 경제 역성장까지 예상되면서 경제 구조 전반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인 12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논의하는 다자 정책 화상회의를 개막하면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역이용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이탈리아를 정체시킨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테 총리의 연설에 따르면, 이날부터 9일간 진행하는 이번 정책회의에서는 △관료주의 관행 타파 △디지털 기반 행정 시스템 구축 △녹색 에너지 투자 확대 △대학 교육 개선 △빈곤층 지원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0일 콘테 총리가 경제 회복 로드맵을 수립하고자 소집한 이번 회의는 내각 장관 등 정부 주요 요인들과 기업인, 주요 노동조합 등 주요 경제 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삼부회'(Stati Generali·스타티 제네랄리)라고도 불린다.
삼부회란 과거 14세기 초부터 18세기 말까지 프랑스의 귀족·가톨릭 고위 성직자·평민 등 세 신분 대표가 모여 국가 중요 의제를 협의했던 회의체다.
콘테 총리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코로나 피해 지원금 명목으로 지원받을 천문학적인 액수의 기금을 활용해 단기적인 경기 회복 수준이 아닌경제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제안한 상태다.
EU집행위는 코로나19 피해 회복 지원금은 7500억 유로(약 1020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예정으로, 이 중 최대 피해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에 할당할 몫은 1727억 유로(약 238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08년 국가부도 위기 사태 이후 경기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현재 이탈리아의 경제 구조가 한계에 달한 상태라는 국가 안팎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이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는 등 취약한 상태였던 경제구조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확연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경제전망'에서 이탈리아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11.3%로 하향 조정하면서 "이탈리아가 현재의 경제 위기를 벗어나려면 핵심 구조 개혁에 갑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코로나 사태로 관광산업이 붕괴에 가까운 타격을 받아 역성장 폭이 확대했으며, 향후 2차 유행이 현실화한다면 경제성장률과 공공부채 비율이 각각 -14%와 170%까지 기록하며 장기 침체 국면을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2018년 기준 이탈리아 GDP 규모는 2조840억 달러(약 2508조원)로 2008년 2조3990억 달러에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날 화상회의에 참석한 유럽 주요 기관 책임자들도 이탈리아의 구조개혁이 절실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 경제 회복 기금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올바른 방향의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개혁이 경제 회복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탈리아가 투자의 효과를 기대하려면 △기업에 우호적인 경제 환경 △효율적인 공공·민간 서비스 △충분한 물리적 또는 디지털 인프라 △투명하게 작동하는 사법제도 △탄탄한 금융 영역 뒷받침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 르네상스'를 꿈꾸는 이탈리아 정부의 이번 회의에 기대감도 큰 한편, 주요 야권은 결국 불참을 선언해 회의의 의미와 실효성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탈리아 최대 야당인 극우 성향의 동맹과 이탈리아형제들(FdI), 중도우파 정당 전진 이탈리아(Forza Italia) 등 우파연합 3당은 "이번 회의가 '쇼'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의회의 틀 밖을 벗어난 대화에 불참한다"면서 현 정부 내각·의회의 즉각적인 해산과 조기 총선 실시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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