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불만이 북한 무력 도발에 대한 거리두기와 한반도 분쟁 비개입 암시 등으로 표출됐다는 해석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뉴욕주 소재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한 발언에서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한 먼 나라의 오래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미군의 책무가 아니다",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 "우리 국민이 위협받는다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고 연설했다.
먼저 "먼나라 오래된 분쟁"의 주체를 남북 갈등으로 지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군의 책무가 아니다", "세계 경찰이 아니다"며 한반도는 물론 세계 분쟁에 대한 비개입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우리 국민이 위협받는다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뒤집어 보면 미국인이 위협받지 않으면 행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다.
즉, 북한이 미국령 괌이나 본토 노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급 도발을 하지 않으면 행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북한이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2019년 11월23일), 중부전선 GP(경계초소) 총격(2020년 5월3일) 등 9.19남북 군사합의에 반하는 무력 도발을 감행해도 보고만 있겠다는 얘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3만5000명 가운데 9500명을 철수시키라고 명령했다.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방위비 목표를 충족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시점을 2031년을 잡은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성 조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가 역대로 최대로 내놓은 13% 인상안을 놓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합의 의사를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독미군 철수를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을 문제 삼아 한국에도 주한미군 철수나 북한의 국지적 도발에 대해 남북 양국의 문제라며 발을 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반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발언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 남북 갈등 상황과 맞물리다 보니 확대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는 도발, 예를 들어 해상 지역인 북방한계선(NLL)에서 꽃게철을 맞아 어선 수십척과 군함을 함께 기동하거나 과 한강(임진강) 하구에서 뭔가 계획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며 "기상천외한 것이 나올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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