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과수화상병 예찰과 진단, ‘AI’에서 답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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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20-06-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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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사진=농촌진흥청]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지난 한 세기 평균기온은 쭉 오름세다.

국립기상과학원이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약 1.4℃ 상승했고 여름은 19일 길어진 반면, 겨울은 18일 짧아졌다고 한다. 2000년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비롯해 부산, 여수 등 7개 지역만 여름철 아열대 기후 영역으로 분류했으나 현재는 그 영역이 고흥, 울산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농업생산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이름도 생소한 아열대성 작물의 국내 재배, 주요 작물의 재배지역 북상은 물론, 과수화상병처럼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병해충의 유입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확산 등이 그것이다.

과수화상병은 1780년 미국 뉴욕주 허드슨 밸리 근처의 배, 사과, 모과에서 발생한 것이 처음 알려졌고 1794년에 공식적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이 병은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Erwinia amylovora)'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며,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한 증상을 보여 화상병(火傷病·fire blight)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화상병을 검역 병해충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확실한 방제약제가 없어 발생이 확인되면 즉시 매몰이라는 강력한 차단 방제 조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안성지역 배 재배 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사과·배에서 지역적으로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 전문인력을 늘리고 그간 확립한 예찰과 진단기술을 통해 화상병 발생을 조기에 확인·차단·방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과수화상병 병원균 유전체 정보를 국내 발생 과수화상병 유전체 정보와 비교하고, 병 발생 관련 구성 요소들을 정밀 분석함으로써 국내 발생 과수화상병이 북미형과 유전적 연관성이 높음을 확인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과수화상병균과 유사한 가지검은마름병원균을 구분할 수 있는 특이유전자를 찾고, 각각을 현장에서 개체 수 단위까지 진단할 수 있는 고도화된 정량 분석(Real-Time PCR) 키트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과 기주식물, 병원체의 상호작용 양상을 완벽히 이해하고 병 발생 양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지금까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자료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통합하고 고도화시키기 위해 기상청으로부터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농생명 분야의 초고속 컴퓨팅 기술과 활용 촉진을 강화하는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 활용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농업 분야 빅데이터의 통합적인 수집과 분석·활용을 통해 과수화상병을 포함, 그간 풀지 못한 농업의 난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 초고성능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작물체와 병원균의 유전정보와 상호작용, 기상환경정보, 지리정보시스템(GIS), 실시간 영상판별기술 등을 통합 연산하고, 복잡한 병 발생 구성 요소들의 상호관계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낸다면, 현재와 미래의 발병률과 발생 확산 양상까지 정확히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과수화상병으로 큰 피해를 입은 농가들을 보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개발해 온 첨단 기술들, 연구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과수화상병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우리 과수 산업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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