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현재 0.25%인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주식 양도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금융세제 개편안을 내달 발표하는 '2020년 세법개정안'에 포함할 예정이다. 거래세 부담을 완화하는 대신 대주주만 납부 의무가 있는 20~30%의 양도소득세 범위를 넓힌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정부는 자본시장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손익과 관계없이 모든 주식 매도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는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학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과세 체계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기본적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며 지속적으로 거래세 폐지를 주장해왔다. 주식 매도에서 손실을 봤더라도 거래세는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에 발맞춰 지난 총선에서도 여야 모두 거래세 폐지를 포함한 과세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거래세가 폐지될 경우 발생하는 세수 감소다. 증권거래세는 2018년에 6조원, 2019년엔 4조5000억원가량이 걷혔다. 코스피가 폭락하며 '동학개미'들이 증시에 대거 진입한 올해엔 거래세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5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증시 거래대금은 약 2004조원에 달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거래대금(2288조원)의 88%가량에 도달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거래세 폐지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양도세 도입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상황에서 양도세만 전면 도입될 경우, 사실상 세금을 이중 납부하게 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며 "당장 양도세 전면 도입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 충격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대만의 경우 수차례에 걸쳐 거래세를 양도세로 대체하고자 했으나 매번 지수 폭락과 투자자 반발에 따라 철회한 바 있다"며 "어차피 소득세를 낼 바에야 국내 대신 해외 증시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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