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끌고 '로빈후드'가 밀고"...뉴욕장 랠리의 숨은 공신, 밀레니얼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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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6-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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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빈후드, 미국의 '동학 개미' 조롱...SG "코로나 약세장, 바닥 판단 정확했다"

  • 투자행보 논란...'묻지마' 과열 투기 우려 vs 소형·저품질주 매수로 영향력↑

 

뉴욕증시 S&P500지수 추이. [자료=CNBC]


최근 뉴욕증시 상승흐름의 한 요인으로 '로빈후드'로 대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식시장을 강하게 떠받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예상을 깨고 1% 가까이 상승 마감하며 한 주를 시작했다. 전주인 11일 코로나19 2차 유행 우려와 연준 FOMC의 실망스러운 결과에 투자심리는 급속하게 얼어붙으며 다우지수는 무려 1800p(포인트)나 폭락했고, 이후 반등세가 저조해 '2차 코로나 약세장' 우려를 키웠다.

주말부터 이날 개장 초까지 약세를 면치 못하던 뉴욕증시는 결국 연준이 '브로드마켓 인덱스'라는 새로운 지수까지 제안해가며 개별 기업의 회사채 매입을 시작하겠다고 밝히자 반등세로 돌아섰다. 9월 FOMC까지 한 템포 쉬어가려던 연준이 투자자들의 성화를 못 이기고 주식시장을 끌어당긴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최근 뉴욕증시의 폭발적인 상승세와 굳건한 방어력의 바탕에 '로빈후드'로 대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가 '코로나19 증시'를 강하게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15일 CNBC와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의 앤드루 랩손 글로벌퀀트 전략 책임자는 로빈후드의 자체 투자 자료와 러셀2000지수를 비교 분석하면서 "이들이 지난 3월 중순 시장의 바닥을 외친 것은 완벽한 타이밍을 보여준 것"이라며 "상당한 변곡점에 과감히 시장을 뛰어든 셈"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약세장에 몰리면서 미국의 '동학개미'로도 불리는 로빈후드 세력을 두고 '위험하고 터무니 없다'는 반응을 보인 기존 투자세력들의 조롱 섞인 비판을 재평가한 것이다.

최근 밀레니얼 개인 투자자들은 주로 '로빈후드'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 주식을 거래하면서 로빈후드 세력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로빈후드는 수수료 '제로(0)'라는 파격적인 혜택과 복잡한 차트까지 없앤 최대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용법을 제공해 돌풍을 일으켰다. 로빈후드의 창업자들은 '모두를 위한 투자', '금융의 민주화'를 외치던 지난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가한 경험에 영향을 받아 이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빈후드 투자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대폭 하락한 기업들을 과감히 쓸어담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 베테랑들이 겁을 낼 때 개인 투자자들은 모험을 하고 있다"고 이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마이크 오루크 존스트레이딩 수석전략가는 WSJ에 "개인 투자자들이 이번 장을 놓칠 수 없는 천금 같은 기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빈후드 세력은 밀레니얼 세대에 친숙한 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테슬라와 같은 기술기업에 가치투자를 하면서 나스닥 '1만 고지' 돌파의 숨은 공신인 한편, 전체 가입자의 평균 나이가 31살일 정도로 젊은 만큼 파산한 기업이나 파산 위기를 맞은 기업의 주식도 대량 매입하는 등 위험 선호 경향이 짙다.

코로나19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22일 파산을 신청한 렌터카 회사 허츠의 주가는 5월 말 0.44달러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8일 밀레니얼 투자자들이 대거 허츠에 유입하면서 파산 상태인 허츠의 주가는 115% 급등하는 등 주당 5.53달러까지 치솟았다.

역시 파산 신청을 한 백화점 체인 JC페니와 셰일업체 와이팅페트롤리엄의 주가는 각각 파산 전보다 167%와 835%나 폭등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자체가 붕괴할 위기에 빠진 항공사의 주식에도 대거 유입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 회복과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산업이 재건할 것이란 일종의 '가치투자' 판단인 것이다.

이에 기성세대 투자자들은 현 시장 상황이 지난 2000년경 '닷컴버블' 사태와 유사하다면서 과열장을 경고하기도 했다. 경제 상황이나 기업의 펀더멘털을 고려하지 않고 마치 게임을 하듯이 '묻지마 투자'를 강행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1일 뉴욕증시 폭락장이 펼쳐지자 이들의 투자 행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경고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CNBC의 유명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12일 전날의 폭락 장세를 '프로 투자자들의 고점 매수'로 해석했다. 그는 이들의 행태가 "멍청이들이 몰려들길 기다리는 바람몰이와 같다"면서 "주식 가치가 전혀 없는 허츠를 덥석 문 로빈후드와 같은 개인 투자자 세력은 여기에 농락을 당했다"고 역설했다.

15일 억만장자 투자자인 리언 쿠퍼먼은 CNBC에서 로빈후드 세력을 거론하면서 "이들의 거래는 결국 눈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반면, 앤드루 랩손 SG 글로벌퀀트 전략 책임자는 소형주나 저품질 종목에 집중한 로빈후드의 행보를 밀레니얼 세대가 보이는 새로운 방식의 투자 행태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는 "곤경에 처한 주식에는 개인투자자가 더욱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잠재적 영향력이 커진다"면서 "허츠의 경우 실제 향후 자금 조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파산 신청 후 주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허츠는 최근 주식 공모로 자금 조달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 주식거래 모바일 앱 '로빈후드' 모습. [사진=로빈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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