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기금 기약없는 연기…기업지원 골든타임 놓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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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0-06-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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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산은 vs 노동부·상의 시각차 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기금운용심의회(심의회)에서 기본적인 기금운용 방안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로 인해 발빠르게 기금을 조성해 놓고도 '골든타임'을 놓쳐, 기업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지원을 위해 조성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여전히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사진=연합뉴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이 필요한 기업에 지원 신청을 받는 공고 절차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기안기금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6월 초 자금 지원을 위한 공고를 발표키로 했으나 6월 하순까지 연기된 것이다.

이는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심의회에서 지원 조건 등을 놓고 시각차가 너무 큰 탓이다. 심의회는 최근까지 3차례나 회의를 열고 기금운용 방안을 확정하려 시도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심의회는 여당과 야당,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대한상공회의소 등에서 각 1명씩을 추천해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이들이 기금운용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이 추천한 위원들은 기금을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한 위원들은 지원 기업 범위와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시각차가 큰 사안 중 하나는 매각작업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 방안이다. 금융위와 산은이 추천한 위원들은 매각 작업이 완료된 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위원들은 즉각적인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고용 유지에 대한 조건도 쟁점사안이다. 노동부가 추천한 위원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 다른 위원들은 고용 유지 조건도 다소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심의회 위원은 "기금 출범 이후 매주 회의를 하고 있으나 세부 안건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각 위원별로 견해차가 커 합의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운용방안을 놓고 씨름하느라 지원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공기의 90%가 멈춰있는 대다수 항공사들은 기안기금의 지원이 하루 속히 이뤄지길 기다리고 있다. 실제 대형 항공사가 올해 연말까지 갚아야할 차입금과 경상적으로 필요한 운전자금이 9조원 가까이 이르는 상황이라 하루 빨리 자금이 지원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의회가 기금운용 방안을 놓고 내부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은행이 작성한 올해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대해 보고를 받고 "코로나 상황이 끝나도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멍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안기금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집행해달라는 주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 운용방안을 확정하고 공고를 낸다 하더라도 지원 신청을 받고 심사하는 기간을 감안하면 이달 내에 실질적 자금 지원이 어렵다"며 "심의회가 하루라도 빠르게 운용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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