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코로나 치료제로 '덱사메타손' 공식 채택...7700원짜리 소염제

코로나19 중증환자 사망률 3분의1로 줄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주목받아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염증 치료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계열 소염제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사망률을 크게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제로 공식 채택됐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주도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덱사메타손이 사망률을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입원환자 약 2000명에게 덱사메타손을 치료제로 사용한 뒤 이를 투약하지 않은 환자 4000여명과 비교했다. 그 결과 덱사메타손을 투여한 경우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사망률이 3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중증 정도에 따라 사망 위험도에는 차이가 났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8~40%,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0~25% 감소했다. 그러나 가벼운 증상을 보여 호흡에 문제가 없는 환자는 덱사메타손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팬데믹 초기부터 영국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됐다면 최대 5000명의 생명을 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임상시험을 진행한 피터 호비 옥스퍼드대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지금까지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진 유일한 약"이라며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덱사메타손을 당장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을 이끈 옥스퍼드대 마틴 랜드레이 교수는 "산소호흡기 등을 단 환자가 덱사메타손 치료를 받는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특히 놀랄 만큼 저렴한 비용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덱사메타손 가격은 5파운드(약 7700원)로 비교적 저렴하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을 투여하기로 했다. 맷 핸콕 영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성명을 내 "덱사메타손이 이날 오후부터 코로나19 표준 치료제로 취급될 수 있도록 국민보건서비스(NHS)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는 덱사메타손의 잠재력을 포착한 지난 3월부터 이를 비축해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