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양적완화 시대'...채권 투자자들 신흥국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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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6-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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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몰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뿐 아니라 신흥국 중앙은행까지 자국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신흥국 채권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베팅이 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해 속속 자산매입 카드를 꺼내고 있다. 국채를 비롯해 자산매입에 나선 나라는 인도네시아, 폴란드, 필리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십여 개국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자산매입은 금융위기에 대응한 양적완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 나라의 기준금리가 아직 제로로 떨어지지 않은 데다가 고정 타깃 없이 자산매입 규모가 비교적 작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장 기능을 뒷받침하고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흥시장 채권 수요가 늘어나면서 채권 가격도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JP모건 신흥시장 채권지수는 3월 23일 저점 대비 약 20% 뛰었다. 신흥국 국채와 미국 국채의 수익률 격차도 3월 코로나19 공포에 위험자산 투매가 나타난 이후 30% 이상 줄었다.

연준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해 파격적인 부양 대책을 쏟아낸 게 터닝포인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지난 3월 말 회사채 매입과 무제한 양적완화 방침을 밝혔다.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14개 중앙은행과 달러스와프 라인을 체결해 달러 조달 비용을 떨어뜨렸으며 비상 신용기구를 설치해 막대한 유동성을 풀고 있다.

모건스탠리투자관리의 에릭 바우마이스터 신흥국 채권부문 총괄은 "이런 세계적인 유동성 투입은 국경을 넘어 신흥국으로도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IM에서 신흥시장 채권부문을 총괄하는 우데이 라트나이크는 3월 위험자산 투매 시기가 신흥시장 투자를 늘리는 최적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인도, 필리핀, 파나마의 달러 표시 국채와 준국채 투자를 대폭 확대했으며, 이집트와 카타르 채권에서도 추가 수익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애버딘자산운용의 케빈 달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나이지리아, 가나, 케냐 채권을 눈여겨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았지만 신흥국 투자자들은 점진적인 경제활동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엄격한 봉쇄령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으로 피해가 덜하리라는 예상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악화 및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급격한 부채 증대가 앞으로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JP모건은 위험한 신흥국 41개국에 대한 부채 비율을 분석해 앞으로 18개월 동안 디폴트 비율이 16%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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