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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 오후 일본 도쿄도 시나가와구의 상점가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디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디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격 하락은 투자 위축을 부르고 기업들의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 침체 악순환을 불러온다.
맥을 못 추고 추락하는 물가는 경제 지표를 통해 확인된다.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4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한 101.16을 기록했다. 불과 3년 4개월 만에 CPI가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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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비자물가 추이(전년대비) [그래픽=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 같은 물가 하락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유가가 급락했고 숙박료나 외국인 패키지 투어 비용 등 레저 관련 비용도 크게 내렸다. 봉쇄가 조금씩 풀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관광업이 꽉 막혀있어 선물이나 기념품 수요가 줄어든 것도 CPI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내림세로 방향을 튼 물가가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하락으로 그칠지 아니면 일본이 다시 기나긴 디플레이션 시대로 돌아갈지 관심이 쏠린다.
디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워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와 성장을 감소시키고, 임금까지 떨어뜨린다. 수입이 적어진 소비자들은 다시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는 더욱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온다. 지금 당장은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이 환호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 경제에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이유다.
일본 정부와 BOJ는 디플레이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서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의 경기 회복과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디플레이션, 엔고 탈출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역시 경제 정책에서는 아베 총리와 맥을 같이해 왔다. 그간 구로다 총재는 양적 완화, 재정 지출, 구조 개혁을 지향하는 아베노믹스를 충실히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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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본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BOJ는 2022년 물가상승률을 0.4~1.0%로 전망하면서 아베노믹스의 과녁(물가 상승률 2.0%)에서 크게 벗어났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일본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물가를 끌어올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국민 1인당 현금 10만엔(약 113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200만엔을 지원한다. BOJ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따라 하기'로 연간 국채매입 한도(연 80조엔)를 철폐하는 이른바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했다.
아울러 전날에는 현행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 동결하기로 했다. BOJ는 국내외 경기와 물가 동향 등에 관한 논의 끝에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제로(0)로 유도하는 현행 금융완화책을 계속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BOJ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자금난에 대처하기 위한 지원 특별프로그램의 상한을 110조엔 이상으로 증액했다. 종전 75조엔에서 대폭 확대한 것이다.
BOJ는 이날 정책 결정 회의 후 내놓은 성명에서 "코로나19 추이와 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 등을 감안할 때 불확실성이 크다"며 "코로나19 충격을 수습하면 일본경제도 개선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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