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던 뉴질랜드에서 24일 만에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종식 선언으로 방역 조치가 느슨해지면서 역외 유입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현지시간) 뉴질랜드헤럴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영국에서 입국한 가족 관계의 30대와 40대 여성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2명은 영국에서 호주로 입국한 지 9일 만에 임종을 앞둔 부모를 만날 수 있도록 '인도적 격리 조기 해제' 특례를 받고,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웰링턴까지 8시간 동안 650㎞를 개인차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밀착 접촉 의심자는 가족 1명과 같은 항공기와 격리시설을 이용한 320여명 수준이다.
현재 뉴질랜드는 자국 국적자와 국적자의 가족, 필수 근로자만 입국할 수 있으며, 입국 후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격리시설에서 2주 동안 지내면서 두 차례의 감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데이비드 클라크 뉴질랜드 보건장관은 이날 오후 "신규 확진자들이 모든 지시 사항을 따랐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접촉하지는 않았으나, 감염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지 않고도 시설에서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실망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한 지 8일 만에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 8일 코로나19로 입원치료를 받던 뉴질랜드 내 마지막 환자가 완치 후 퇴원하자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위험 경보를 1단계로 내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나 모임 제한 등의 조치를 해제했다.
당시 AFP 등 주요 외신들은 뉴질랜드가 코로나19가 유행한 나라 가운데 처음으로 감염자가 '제로(0)'가 되는 청정 상태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이날 뉴질랜드 당국은 인도적 사유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격리 특별 면제 지침의 시행을 중지하고 국경 통제와 검역 조치를 강화하는 등 뒤늦게 방역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사태 종식 선언으로 방심 상태에 빠져 코로나19 대응이 느슨해졌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었다.
현지 언론들은 신규 확진자 중 한 명이 입국 당시 이미 코로나19 증상이 있었지만, 당국은 이를 단순 기저질환으로 판단하고 별도 조처를 하지 않았으며 시설에선 격리 대상자들을 상대로 매일 진행해야 하는 증상 발현 여부도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향후 확진자가 더 늘어난다면, 뉴질랜드 정부가 코로나19 경보단계를 다시 높일 가능성도 관측된다.
전날인 15일 아던 총리는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을 경고하고 경보를 다시 높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현재까지 뉴질랜드에서는 1506명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22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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