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7일 낮 청와대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 외교안보 원로들을 만나 오찬을 함께하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오찬에는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 등도 함께했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김 부부장의 담화에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며 "'국민이 더 큰 충격을 받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말을 너무 거칠게 하면 국민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최근 언사에 부담을 가진 것 같았다"고 부연했다.
전날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을 두고도 "국민이 보면서 실망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참석자들은 이런 언급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북한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이를 차단할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YTN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이 이런 조언에 공감하면서 "현행법으로도 단속이 가능한데 그동안 미온적 대처를 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 부부장이 상황을 분리해 대응하는 만큼 정상 수준에서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며 "'언제든 기회가 있을 수 있으니 실망 말고 노력해보자'는 의견에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군이 전방에서 군사 훈련 등을 하면서 우발적 충돌이 생겼을 때 불거질 문제에 대한 우려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현재 상황에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했다"면서도 "현 상황을 인내하는 동시에 북미와 대화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적었다.
오찬에서는 북한에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국가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 등 안보라인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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