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최근 코로나19를 비롯해 홍콩 보안법, 대만,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북한, 무역전쟁, 남중국해 분쟁 등 양국간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이뤄진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중요한 합의는 이루지 못한 채 사실상 서로 입장 차만 확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하와이의 히컴 공군기지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비공개로 1박 2일간 만났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16일 저녁 식사를 함께 했고, 다음날 오전 회담을 마쳤다.
1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대화에서 중국은 중·미 관계 발전에 대한 기본 태도와 대만, 홍콩, 신장위구르 등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에 관한 입장을 설명했다.
특히 양 정치국원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미 관계의 정치적 토대"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히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홍콩보안법과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미국은 즉각 간섭을 중단할 것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양 정치국원은 "협력이 중·미 양측의 유일한 올바른 선택"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은 미국과 서로 충돌·대립하지 않고 상호 존중, 협력 상생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자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임도 주장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측이 중·미 관계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평가했다.
또 통신은 "이번 회담은 건설적인 대화였다"면서 "양측은 양국 정상이 달성한 공동 인식을 성실히 실현하고, 행동을 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측은 앞으로도 지속해서 접촉과 교류를 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번 하와이 회동에서 양국이 서로 입장 차를 확인했을 뿐, 특별한 합의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양국 고위급 인사의 첫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중 모두 양국 관계 개선의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중 양국은 이번 '하와이 회동'을 자국 상황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중국은 관영언론을 동원해 이번 만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절박하게 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신화통신이 이번 회담을 보도하면서 양 정치국원이 폼페이오 장관의 '요청에 응했다(應約)'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또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내 전문가를 인용해 "현재 코로나19 사망자 증가, 흑인차별 폭동 시위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긴장 관계 완화라는) 외교 성과를 보여주면서 국내 압박을 완화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미·중 관계 전문가인 댜오다밍 인민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지금 미국 입장에서 경제보다 중요한 건 없다"면서 미국은 중국과의 화해 무드를 조성해 1단계 무역합의가 이행되도록 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미국은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입장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홍콩 편에 서지는 못할 것으로도 전망했다.
이는 앞서 이번 회담이 중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한 WSJ 보도 내용과 차이를 보인다. WSJ는 미국 전직 정치 관료들을 인용해 중국이 양국 사이의 안보와 경제, 외교정책 분쟁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기조를 누그러뜨리는 것을 이번 회담의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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