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는 지금 ‘백신·치료제 개발 러시’…어느새 자존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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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20-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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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치료제 유례없는 속도 경쟁에 졸속 추진 우려

  • 일부서 몸값 띄우기 발표 주의보…안전성·효과 검증 필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이 속도전으로 접어들며 졸속 추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백신·치료제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이 유례없는 속도전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졸속 추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치료제·백신 개발과 관련해 후보물질 선정을 비롯해 임상실험 돌입까지 발표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선보인 곳은 없다.

먼저 백신을 살펴보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해 “올해 안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하겠다”, “영장류 실험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확인하겠다” 등의 각자의 목표를 연일 밝혔다. 

하지만 개발까지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백신 개발과정은 가장 중요한 항체 확보 이후에도 동물실험과 최소 세 번의 임상시험을 거치며 평균 5년에서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 검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백신 가운데 가잘 빨리 개발된 것으로 꼽히는 에볼라 백신도 5년이 걸렸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와 GC녹십자가 진행 중인 혈장치료제 개발도 내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일부에선 보여주기식 연구발표로 몸값 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제약업계에선 각 의료재단, 연구기관 등과 치료제 연구개발 협약 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기술력이 없더라도 일단 코로나 관련 발표는 이미지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일단 하고보자 식의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 것은 업체 간 자존심 경쟁과 정부의 눈치보기가 뒤섞인 결과라는 지적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단까지 출범시킨 마당에 제약·바이오 타이틀을 달고서 치료제나 백신 개발을 발표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됐다”면서 “여기에 자존심 경쟁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쪽에선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기존 연구개발에 손을 놓고 속앓이를 하는 곳도 있다. 한 백신업체 관계자는 “지금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대신 다른 질병 백신을 개발한다고 하면 큰일 날 상황”이라면서 “코로나 사태 이전의 다른 연구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검증이나 연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제약·바이오 업계가 코로나 종식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코로나 재확산의 우려로 임상시험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기술이 코로나 대응에 몰렸다”면서 “임상을 수행할 병원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회복을 위해선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을 우선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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