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이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구상을 두고 ‘조현병 환자 같은(Schizophrenic) 생각들’이라고 비유한 구절이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매일경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비핵화 문제 해결 노력을 ‘조현병 환자’라는 모욕적 단어를 사용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회담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거론하며 미국에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이른바 주고받기(Action for action)를 요구했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주고받기는 불가하다는 미국의 입장과 상충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김정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해체'라는 카드를 들고온 것만큼은 의미가 있는 변화라는 게 당시 한국과 미국의 상황판단이었다.
또 볼턴은 회고록에서 중국의 `수평적이고 동시적` 접근방식이 북한이 요구하는 `주고받기`식 협상전략과 같은 소리로 들리는데 문 대통령은 두 개의 상충되는 상황을 동시에 지지하는 듯했다며 이를 `조현병 환자 같은`이라는 수식어로 표현했다.
한편 볼턴은 '조현병 환자 같다'는 표현을 문 대통령에게만 쓴 것이 아니다. 그는 회고록에서 일본을 겨냥해서도 이 표현을 사용했는데, 일본이 이란 외교전략에서는 원유라는 이익 때문에 보다 유연한 형태를 취하는 반면 북한을 상대로는 최대압박을 지지하는 강경 입장을 보였다며 이 모습 역시 ‘조현병 환자’ 같다고 비유했다.
한편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으나, 약사법 개정 때 슈퍼 판매 일반약 확대와 함께 변경하기로 한 정신분열병의 새 병명이다. 실제로 의학적인 증상과도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환자를 낙인찍는 인격 모독의 뉘앙스가 있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증상과 병명에 차이가 나는 것은 영어 'schizophrenia'를 일본에서 '정신분열병'이라고 번역했기 때문이다.
이후 새로 명명된 조현병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뇌의 신경망을 튜닝(조절)한다는 의미'에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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