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평전' 저자 안병용 의정부시장 "문 의장은 정치적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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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임봉재 기자
입력 2020-06-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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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사상·리더십 탐구 평전 내'

  • '진심으로 문 의장 아들 되고 싶다'

'문희상 평전' 저자인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23일 시장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의정부시 제공]


“문희상 전 의장님이 걸어오신 정치역정은 우리의 정치적 자산입니다.”

‘문희상 사람’으로 통하는 안병용 경기 의정부시장이 문 전 의장의 정치사상과 리더십을 탐구한 ‘문희상 평전’을 펴냈다. 753쪽 분량의 평전에는 안 시장이 생각하는 문 전 의장의 정치인생, 사상, 의정부사랑 등이 실려 있다.

그는 2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문 전 의장님이 걸어온 길과 정치신념은 후세 정치후배와 후학들에게 모델이 되고, 사표가 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또 “문 전 의장님은 정치적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이는 후배 정치인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문 전 의장님처럼 오로지 시민만을 바라보고, 의정부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생을 의회주의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문 전 의장님을 기억해 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안 시장과 일문일답.

-평전을 낸 배경은.

“문희상은 한국 현대 정치의 역사다. 문 전 의장의 삶과 정치역정은 그 자체로 현재 정치의 큰 대들보다. 누군가 잘 정리할 이유와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걸어 온 정치 역정은 그 자체로 우리의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에게 시 이야기를 했다. ‘시장님!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이런 시가 있는데 참 짧으면서도 마음에 다가올 수 없네요. 이제 나도 내려갈 때가 되니 그땐 몰랐던 것이 조금씩 보이네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최고 정점에 있는 줄로만 느꼈는데, 이제 의장이 내려가는 길을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늦겠다는 생각으로 1년 넘게 평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평전은 한국 정치사적 인물인 문 전 의장을 객관화하고 사실에 충실하고자 애썼지만 결과적으로 부족함이 많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의정부시장이고, 시장 전에는 대학교수였다. 신한대학교(신흥대학)에서 21년 간 행정학과 지방자치를 강의하는 행정학과 교수였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묘하다. 문 전 의장님과 개인적 연분이 전무하고, 당시 당원도 아닌 나를 시장 후보로 여러 차례 간청하고 발탁해 민주당 시장 후보로 공천해줬다. 시장에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했다. 문 전 의장은 시장으로 재임하는 중 내내 시장직에 전력할 수 있게 도와줬다. 당 대표가 필요하면 당 대표를, 장관이 필요하면 장관을, 국회의원이 필요하면 국회의원을 시민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도움을 청하면 전심전력을 다해 도와줬다. 그러면서도 시정에 부담되는 일을 당부한 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실로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감동과 존경의 마음이 더해지는 나에게는 진심으로 귀인과 같은 인연임을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한다.”

-일대기를 정리하는 건 정치후학의 의무라고 했다.

“어느 한 사람의 일생에 관해 기록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역사나 인물을 평한다는 건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평자의 관점과 입장에 따라 논조가 다를 수 있고, 이로 인해 또 다른 논쟁과 논란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은 용기를 냈다. 어떤 비난에 처하더라도 내가 본 문 전 의장이 걸어온 길과 정치신념은 후세의 정치 후배와 후학들에게 모델이 되고, 사표가 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신념이 확고하기 때문에 정치 후학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한국정치인의 모델로 평가한 이유는.

“1945년 의정부에서 태어난 문 전 의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학생운동 전력으로 임용되지 못했다.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4대 국회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했다. 15대를 제외하고 16대부터 내리 5선에 성공했다. 문 전 의장은 원만한 성격으로 당 안팎에서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화와 타협,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은 제20대 국회의 태생적 숙명이라며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최우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 눈높이에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야당 입장, 소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바라보겠다고 다짐했다.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은 깊고 정확했다. 사람을 쓰고 평가하는데 억지를 부리는 것이나, 특히 학연, 지연, 붕당 같은 패거리 정치를 거부했다. 우리 정치 현실에서 잘 치유되지 않는 병폐인 지역감정과 인맥정치가 큰 문제라고 인식해 스스로 경계했다. 정치는 문 의장처럼 균형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후배 정치인들이 배워야 할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문 의장은 후배 정치인들이 모델로 삼을만한 멘토이지 어른이다."

-리더십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문 의장의 리더십을 4가지로 정의했다. 전환기에 개혁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개혁적 리더십’, 민주국가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민주적·사회통합적 리더십', 실리를 중시하며 추구하는 ‘실용주의적 리더십’, 새로운 환경에서 조직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적 리더십’이다. 문 전 의장은 올바르고 정의로워 어떤 위기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항상 남에게 모든 공을 돌리는 겸손의 미덕을 지니고 있다. 패스트트랙에서 보여준 협치와 결단의 미학, 리더란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흔들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명쾌하게 보여줬다. 리더십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고, 나의 정치·행정철학에 반영해 시정을 운영하고자 한다."

-‘문희상 사람’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진심으로 문희상의 정치적 아들이 아닌 정말 아들이 되고 싶다. 그러나 문 전 의장은 평생 계파를 만들지 않았다. 문희상 사람이란 평가를 받는 것이 폐가 되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 계파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정치철학은 지금도 유일하게 존경하고 있는 김 전 대통령님께 배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대선 때까지 정치역정을 함께 했던 민주산악회를 해체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상 계파나 패권 조직을 두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실천이었다. 분명 자신의 뼈를 깎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온전히 국민의 대통령이 돼 국민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국정 방향을 분명히 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문 전 의장도 마찬가지다. 정치도 조직 활동이고 친소가 분명히 있고,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누구누구 사람이란 즉 계보가 형성되면 자발적인 권력 행위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패권주의가 생기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보면 결국 망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문 전 의장의 정치철학에 깊게 공감한다. 다만 문 전 의장과 함께 시장으로서 재임 기간 내내 오로지 시민만을 함께 바라보고, 의정부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정치사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 전 의장의 정치사상은 한 마디로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화이부동이란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하지 않지만, 이들과 화목하는 것을 말한다. 정단 간의 대립을 피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상대방과 화합하는 것이다. 무신불립은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뜻으로, 국방과 경제보다도 국민의 신뢰가 정치에서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보여주듯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함으로써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본다. 문 전 의장은 어딜 가나, 누구를 만나나 이 두 마디의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정치가다."

-문 의장이 권하는 바른 정치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민주정치란 대화와 타협이 중시되는 ‘말의 정치’라고 하며, 정당 간에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바른 정치란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란 말로 함축하면서 이 말을 바꿔 청와대는 청와대 다워야하고, 여당은 여당 다워야하며, 야당은 야당 다워야하고, 언론은 언론 다워야 할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대결 위주의 정치가 아니라 대화 위주의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 정치가들이 국민을 두려워할 때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했다."

-50년 만에 경기도가 배출한 국회의장이란 의의는.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에 6선의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식 선출됐다. 국가의전서열 2위이자 입법부 수장인 문 의장이 재적의원 275명 중 259표를 얻어 당선된 것이다. 문 전 의장은 당선 직후 단상에 올라 '저에게 부여된 후반기 국회의장의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두렵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치 인생 40년의 경험과 지혜를 모두 쏟아 혼신의 힘을 다해 역사적 소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국회의장의 자리는 수도권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의 핵심지역인 영호남 출신들이 차지한 것이 불문율의 관례였다. 문 전 의장이 된 건 개인적인 영광뿐만 아니라 신익희 의장 이후 50년 만에 경기도가 배출한 국회의장이란 의미를 갖는다. 보수 이념의 벽을 넘어 경기북부의 정치 지형을 바꾼 최다선 의원 의장이 된 것이다. 남북관계와 지역성 탈피 등 경기도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됨과 동시에 정치적 역량의 무게감이 더한 문희상이란 인물이 더해져 국민들이 막중한 소임을 맡긴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문 의장에게 어울리는 별명을 돼지라고 했다.

"돼지는 신에게 바치는 희생물인 동시에 신의 뜻을 전하는 사자(使者) 모습의 신통력을 지닌 동물이다. 돼지는 길상의 동물인 것이다. 민속에서는 재산이나 복의 근원이며, 집안의 수호신이란 관념이 강하다. 돼지꿈을 길몽으로 해석하고, 돼지 그림을 부적처럼 거는 풍속 등은 이러한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돼지는 문 전 의장의 성격과 외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늘 관대하고 원만해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강요하거나 원한을 일으키는 일을 하지 않으려 애쓴다. 공적인 결정을 할 때 사사로운 일을 개입하는 것을 엄격히 배척했다. 한없이 소박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하며, 인간적이지만 공사의 구별이 엄격하고, 자기관리는 늘 엄격한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다."

-공통점을 유별난 울보라고 했는데.

"문 전 의장은 저서 ‘동행’에서 TV드라마를 보다가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면서도 조금만 슬픈 내용이 있으면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김 전, 노 전 대통령 추도사에서도 절절히 슬픔이 배어있다. 저 역시 어려움에 처해있는 시민이나 공무원들을 대하면 주책없이 항상 눈물이 난다. 상갓집에 갈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 상인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마음이 아프다. 정치인은 상대방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성이 가져야 하나 생각한다. 남 아픔에 귀 기울여주고, 따뜻한 이해로 토닥여 줄 줄 아는 사람, 한 마디로 따뜻한 사람이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 아파한다고 생각한다. 억울한 자의 눈물을 거두는 정치, 답답한 자의 숨통을 틔워주는 정치는 눈물을 흘려본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 정치의 본질이 못 가진 자, 힘없는 자, 슬픈 자, 억압받는 자 편에 늘 서야 하기 때문이다."

-의정부는 문 의장과 함께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국회의원은 법률의 제정·개정 등 입법 기능을 담당하고,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 또 하나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 예산, 즉 국비를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을 하면서 지역발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때, 관련 법률을 제정·개정해주고, 국비를 확보해 예산에 충당함으로써 사업이 가능하게 된 것도 문 전 의장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이다. 대표 발의한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과 ‘도시철도법’ 개정은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미군기지의 개발을 가능하게 했고, 시민의 발인 의정부경전철 설치로 시민의 이동이 한층 자유롭게 됐다. 문 전 의장은 법률 발의를 통해 국가와 지역발전에 공헌했으며, 국비 확보로 의정부가 백조로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는 산파 역할을 했다. 지역의 수많은 난제들이 문 전 의장의 노력 덕택에 해결됐다. 호원IC 개통, 백석천 생태하천 복원, 동부간선도로 확장, 송추길 39호선 확장, 직동·추동공원 개발, 을지대와 부속병원 유치, 의정부복합문화융합단지 조성,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과 수서발 KTX 연장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업을 가능하게 했다. 추진해 온 사업들이 문 전 의장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많은 난관에 부딪혔을 것이다. 의정부는 문 전 의장님을 보유한 복 많은 도시다. 퇴임함에 따라 마음이 몹시 무겁다. 그러나 의정부의 발전을 멈출 수 없다. 문 전 의장은 많은 인맥을 쌓고 있으며,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두 분의 국회의원 모두 민주당이다. 문 전 의장의 인맥과 국회의원들과 협력해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의정부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지역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준 문 전 의장께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스스로 말하길 '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의회주의자라고 애기해주는 게 제일 기쁘다. 민주주의자보다 의회주의자라고 불리는 게 한발 앞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한 사람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의회주의와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문 전 의장을 빼놓곤 얘기할 수 없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으니 부디 건강하길 바란다. 앞으로 걸어가실 새로운 큰 길도 성공과 행복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45만 의정부시민, 5000만 모든 국민께서 60년 정치인생 평생을 의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이란 사실만은 기억해주길 부탁한다. 또 그렇게 해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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