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전단 살포 긴장에도 '대안'없는 정부…"할 수 있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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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6-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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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대남전단 살포 임박에도 정부 "중단하라" 외침만

  • 미·중 갈등·코로나19 여파, 中 협력도 쉽지 않을 듯

  • 北, '내부 결속' 목적 '대북전단' 계속 문제 삼을 듯

  • "정부 대안 北 응답 가능성 無, 상황관리 중점 둬야"

북한 대적(對敵)행동의 세 번째 조치인 ‘대남삐라(전단) 살포 투쟁’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측의 대남삐라 살포가 접경지역 내 우발적 군사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는 북측을 향해 ‘살포 계획을 중단하라’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으로 현재의 남북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주요 2개국(G2) 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한반도 정세 문제가 각국의 주요 외교 현안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또 북한이 남측을 향한 대적행동을 예고, 남북 간 신뢰가 이미 깨진 만큼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접경지역의 청년과 노동자들이 언제든지 대남전단 살포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인터뷰에 나선 철원군 청년동맹위원회 부위원장이 손가락으로 우리 측 감시초소가 있는 쪽을 가리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北 “역대 최대 규모 대남삐라 살포 투쟁”

22일 북한은 대남삐라 살포 투쟁을 위해 이미 1200만장의 대남전단 인쇄를 완료했고, 이를 살포하기 위한 풍선 등 3000개의 살포 수단 마련도 마쳤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백만장의 대남전단에 대한 추가 인쇄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분노의 격류, 전체 인민의 대적보복열기’라는 기사에서 “우리 인민의 가장 신성한 정신적 핵을 건드리며 참을 수 없게 모독한 것들에게 그 대가를 철저히 받아낼 온 나라 전체 인민들의 격노한 의지와 보복열기가 하늘 끝에 닿고 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대적 삐라 살포 투쟁의 준비를 끝내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의 대남 삐라와 관련해 정부는 20일에도 입장을 발표했다”며 “정부는 대북전단과 물품 살포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북한도 남북 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대남전단 살포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국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지자체와 협력해 원천 봉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 투쟁과 관련해서는 ‘계획 중단’을 촉구할 뿐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 시기 및 살포 방법에 대해서도 “정부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며 (살포 시기와 방법을) 특정할 수 없을 것 같다“고만했다.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 발표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이후 정부는 근본적인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기 위한 법 제·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종주 통일부 인도협력국장은 지난 18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제66차 통일전략포럼에 참석해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규제는 판문점선언 등 남북합의에 위반되고 교류협력법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접경지역 주민의 일상생활에도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얼 20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불패의 사회주의’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中 협력도 미지수…“정부, 할 수 있는 일 ‘상황관리’뿐”

남북 간 긴장이 점차 고조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법은 없는 상태다. 북한은 지난 15일 청와대가 요청한 대북특사 파견도 보란 듯이 거절했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현재의 남북 상황에 대해 “팽팽한 긴장 상태가 지속할 것 같다”며 “어느 하나가 죽어야 끝나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매우 비관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어 남북 관계가 ‘6·15 남북공동선언’ 이전 즉 2000년 이전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 교수는 “문제는 중국이 안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서 혈맹관계인 중국을 이용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코로나19, 미·중 갈등 등 주요 현안 해결에도 버거운 중국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지 하루 뒤인 지난 17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남북 관계가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 대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국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연락사무소 폭파 사전 징후에 대해선 “우리가 북한 대변인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날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현재는 정부의 어떠한 해법도 효과가 없을 거라며 ‘상황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 센터장은 “우리 정부가 어떠한 제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내부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서 전단 문제를 문제 삼을 것 같고 대대적으로 살포를 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상황관리’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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