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 칼럼]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전략과 정부지원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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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한중지역경제협회 회장
입력 202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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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한중지역경제협회 회장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심장이다. 이에 G2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사활을 걸고 있다. 결국 미·중 반도체 충돌은 미래 패권 확보를 위한 기술전쟁이다. 그러기에 한 치도 양보 없는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충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에 나랏돈 수십조원을 붓는데, 한국의 반도체 빅2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미국과는 점유율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중국에는 쫓기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미·중 가운데 어느 한쪽에만 손들면 정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다.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다. 특히 중국과의 치킨게임을 끝내기 위해서는 경쟁자가 쫓아올 수 없는 절대 경쟁력을 구비해야 한다. 이에 비교 불가한 절대적 기술 우위를 위해 과감한 결단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하여 삼성전자 최고경영자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권오현 회장의 ‘초격차 전략’이 화두가 되고 있다. ‘초격차’는 단지 기술의 격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格·level)’을 높이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을 ‘오너 비즈니스’로 부른다. 일본이 삼성에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패인은 바로 리더의 결단력 차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에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오너의 결단력이 있었던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가 다수인 일본 기업들은 과감한 의사 결정 시기를 놓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 없이는 승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삼성 초격차 전략의 네 가지 핵심 키워드인 리더, 조직, 전략, 인재에서 리더가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제부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룹(조직)의 능력과 전략, 리더 역할만으로는 고래 싸움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 미·중 양국이 최근 국가자원을 총동원하는 파격적 육성책을 내놓으며 세계 반도체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3~4% 수준이고, 중국은 무려 5~6%에 달한다. 하지만 반도체 강국이라는 한국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여 미·중 양국이 모두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며 막대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의회는 초당적인 차원에서 반도체공장 건설,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30조원 규모의 반도체지원법을 발의했다. 중국도 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SMIC에만 정부투자기금을 통해 약 3조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기업의 어렵고 가려운 곳을 국가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서 적극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5년간 반도체에 100조원 넘게 쏟아부었다. 향후 예정된 투자금액만도 200조원에 달한다. 중국정부가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공언한 투자금액이 170조원이었다. 중국 정부 차원의 반도체 공세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전력을 다해 막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코로나19 확산, 미·중 무역 분쟁 심화, 한·일 외교 갈등까지 ‘3중 악재’로 반도체 산업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주도권 회복전략’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체 간 합종연횡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안보·G2 헤게모니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 비중의 20%를 차지한다. 그래서 ’반도체 아마겟돈(최후의 전쟁)’에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저울눈의 호(毫)와 이(釐)가 합쳐진 '호리(毫釐)'라는 단어가 있다. 매우 적은 분량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호리의 차이가 천리의 어긋남을 가져온다. 처음엔 아무것도 아닌 초격차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코로나19 이후 한국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전략 유지는 시의적절한 정부지원책과 직결되어 있다.

기업하기에 좋은 기반(基盤)과 기업인의 기(氣)를 살려줘야 기(技)가 올라갈 수 있다. 결국 기(氣)와 기(技)가 합쳐지면 격(格)은 자동적으로 상승된다. 따라서 격(level)이 높아지면 초격차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리버풀 FC의 전설 빌 샹클리 감독이 남긴,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는 명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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