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에 장소 뺏긴 '수요집회'...소녀상은 끝까지 지켰다

28년 만에 처음... 대학생들, 어제부터 소녀상에 몸 묶고 지켜

소녀상을 사이에 두고 일본의 책임을 묻는 '수요집회'와 이를 저지하는 보수단체의 시위가 맞붙었다. 먼저 장소를 선점한 보수단체에 맞서 대학생들이 소녀상에 자신의 몸을 묶고 버티면서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전날부터 시작된 양측의 맞대결은 24일 장맛비가 쏟아지는데도 한치의 양보가 없었다. 

24일 정의연은 예정대로 제1445차 수요집회를 열었다. 다만 이날은 28년 만에 집회 장소가 변경됐다.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수요집회가 열리던 옛 일본대사관 정문 앞을 선점해 집회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자유연대 측은 소녀상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벌이겠다는 예고를 하기도 했다. 

이에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학생들은 소녀상을 보수단체에 빼앗기지 않겠다며 전날 오전부터 소녀상과 자신들의 몸을 끈으로 묶은 채 '소녀상' 지키기에 들어갔다. 이들은 '소녀상을 테러하는 친일 극우 무리 규탄'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밤샘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소녀상을 마주 보고 섰을 때 왼편에는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개최한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따로 무대까지 설치하고 '정의연 사기꾼 집단', '할머니로 앵벌이' 등 구호를 외치거나 윤미향 의원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자신들이 선점한 소녀상 앞까지 진출하기 위해 경찰에 항의하거나 거칠게 대학생 농성단에게 퇴거를 요구해 분위기가 험악하게 흐르기도 했다. 

소녀상 오른편에서는 정의연이 여느 때의 수요집회처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의연의) 30년간 외침', '할머니들에게 명예와 인권을'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집회를 이어갔다.

정의연은 1992년부터 28년간 매주 수요일 옛 일본대사관 정문 앞 소녀상 인근에서 수요집회를 진행해왔다. 그간 수요집회를 반대해 방해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아예 집회 장소를 선점하는 형태로 방해한 것은 처음이다.

보수단체 자유연대가 이달 23일 자정부터 7월 중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집회 신고를 선점하면서 보수단체 대 정의연의 충돌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녀상 앞에서 열리지 못한 수요시위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