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1년] 기술독립 눈앞?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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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06-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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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3개 품목 수입 의존 50% 넘어

  • 공급선 다변화·관계 개선 병행해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그간 국내 기업들이 선방했지만, 산업 생태계 강화에 대한 목소리는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반도체 핵심 소재의 경우에도 국산화에 일부 성공한 정도이며, 다른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일본 의존도가 상당한 것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완제품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수입처 다변화를 넘어 수입국 다변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규제 대상이 된 3개 품목 중 불화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2개 품목은 일본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편이다. 1~5월 포토레지스트의 대(對)일본 수입액은 1억5081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33.8% 늘어났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역시 일본 수입액이 1303만5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반도체 외에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도 상당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253개로, 연간 수입액으로 따지면 158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중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 수도 48개다.
 

[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

한국이 일본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특유의 산업구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이 오랜 기술 축적을 요구하는 소재와 부품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일본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으로 생산한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일련의 사태는 양국의 상호공생 구조가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각국의 보호무역정책 기조가 강해지는 만큼 일본은 물론 그 외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을 대상으로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대표적인 소재 중 하나는 희토류의 일종인 형석이다. 형석은 불화수소를 만드는 원재료로, 스텔라·모리타 등 일본 소재업체들은 중국으로부터 형석을 수입한 뒤 이를 정제해 국내 업체에 공급해왔다. 이들의 중국 의존도는 90%를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화수소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 역시 형석 확보에 분주하다. 중국 역시 2010년 영유권 다툼을 빌미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규제에 나선 적이 있는 만큼, 국내 업체 역시 수입국 다변화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품 국산화 비율이 높은 자동차 업계도 안심하긴 어렵다. 한국 자동차의 부품 국산화율은 95%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친환경차 및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는 일본산 소재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자동차용 내외장재로 쓰이는 탄소섬유의 경우 일본 업체의 국제 특허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전기차 배터리를 감싸는 파우치 필름 역시 일본 업체 점유율이 80% 이상이다.

소재 국산화와 수입국 다변화 등 '기술 독립'을 추진하는 동시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 분야에서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노선의 비중이 높은 항공업 등 국내 일부 산업의 경우 현재와 같은 대일(對日) 관계가 이어진다면 회생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의 경우 국산화의 진척이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일본의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를 그동안 상대적으로 도외시했던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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