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탄 초나라 검객이 풍랑이 심해진 강에서 칼을 빠뜨렸다. 그는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칼이 떨어졌던 선상(船上)의 위치를 찾아 작은 끌로 표시를 해뒀다. 검객은 칼을 찾을 수 있었을까. 각주구검(刻舟求劍)은 옛사람이 저지른 말도 안 되는 판단착오라고 비웃지만, 과연 흘러간 소화(笑話)일까.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의 그래프들도 일제히 바닥을 향해 고개를 꺾고 있다. 이를테면, 예측하지 못했던 풍랑이 닥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가장 소중히 여기던 칼을 풍랑 속에 빠뜨렸다. 그 칼은 최저임금이었다. 누군가 칼이 떨어진 선상에 표시를 했다. 그 표시가 '최저임금 1만원'이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2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칼을 떨어뜨리기 전의 그 자리를 고수한다. 그건 진짜 칼이 떨어져 있는 곳이 아니라 표시를 해둔 배 위의 위치일 뿐인데도 말이다. 기업들은 지금 배가 침몰하기 직전이라고 아우성을 친다. 위기를 뜻하는 crisis는 '분리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Krinein에서 유래했다. 무엇을 분리하는가. 생사(生死)다. 환자가 살아나느냐 혹은 죽느냐의 분기점을 뜻하는 의학용어로 사용되던 말이다. 코로나 이후 이 땅에서 최저임금의 고수를 외치는 일은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이상이다. 타협과 양보와 인내가 배를 운항하는 지혜이다. 경제 '한국호'를 뒤집어 버릴지도 모를 '크라이시스'를 직시하라. 죽느냐 사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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