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132개소 가운데 129개소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제(이하 실효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물과 용도변경 등 각종 개발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범해 실효제를 시행했지만, 관련 규제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부활하면서 토지주들의 강한 불만이 예상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9일 서울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118.5㎢(132개소) 가운데 기존에 매입한 공원부지와 향후 매입할 부지를 포함한 24.5㎢(129개소)를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제는 도시관리계획상 공원 부지로 지정한 후 20년간 공원조성사업을 시행하지 않은 부지를 공원 용도에서 자동 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유지가 공원 부지로 지정되면 해당 토지는 다른 용도로 개발할 수 없다. 때문에 사유지를 공원·학교·도로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유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근거로 2000년 7월 도입됐다. 첫 도입 후 20년이 되는 올해 7월 1일부터 실효제가 시작된다.
시는 129개소 가운데 68개소에 해당하는 69.2㎢를 도시관리계획변경 결정고시를 통해 도시자연공원구역(용도구역)으로 지정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서울시가 처음 도입하는 제도다.
이 구역으로 지정되면 신규 건축은 불가능하고, 기존 건축물 용도변경도 불가능하다. 시는 토지소유자들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휴양림·수목원 등 수익사업허용, 토지 소유자의 매수청구권 인정, 재산세 50%감면 혜택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58.4%에 달하는 69.2㎢부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통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지켜내겠다"면서 "단 한 평의 공원도 줄일 수 없다는 각오로 과감한 재정투자와 도시계획 관리방안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장으로 있는 동안 장기미집행 공원시설, 특히 강남에 있는 땅 소유주로부터 '토지의 90%를 기부할테니 단 10%만이라도 개발하게 해 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다"면서 "일부 지방정부는 이런 방식의 개발을 허용하는 곳도 있지만 서울, 특히 대도시에서는 절대 이러한 특혜를 용납해서는 안된 다는 것이 (제)시정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 관리방향 및 제도개선안도 차차 마련할 예정이다. 입지시설의 도입·관리는 물론 구역 내 토지 소유자와 협의를 통해 토지 매수청구, 협의 매수 등 재정투입 방안도 구체화해 발표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지자체가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매수할 의무는 없지만 개인 토지이므로 일정한 보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지속적으로 관리방향을 내놓겠다"면서 "시민들의 이용이 편리한 곳부터 매입해야 정책 효과가 크다보니 (결과적으로 보면)시가 선택적 보상을 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을 좀 주면 예산을 확보해서 순차적으로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재산권은 보장되는게 맞지만 공공의 이익 때문에 개인의 재산권이 제한되는 것도 가능하다"며 "개인 소유권과 공공의 이익 사이에 어떻게 선을 그을지 고민했고, 그동안의 고민 결과가 오늘 발표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에 대해 토지주들은 실효제 시행을 앞두고 시가 또 다시 도시자연공원구역이라는 허들을 세워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강남 도시공원 토지소유자 A씨는 "그동안 공원 실효제 시행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임박할 때까지 제대로 된 보상 논의가 없더니 또 다른 규제 폭탄을 들이밀었다"면서 "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감정가가 반토막 날께 뻔한데 이건 공익을 위해 재산권을 제한하는 수준이 아니라 강탈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는 일부 토지소유자들이 과도한 재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보면 대지에 대한 재산권 침해는 인정했지만 임야·전답은 재산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고, 토지소유자들의 재산권과 공원이용권 소멸로 인한 시민의 불편을 균형적으로 봐야한다는 주문도 있었다"면서 "실제 해당 땅을 소유한 90%이상의 개인과 법인이 공원 이용에 동의했는데 일부 소유주들의 주장이 과도하게 해석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장기미집행공원 매입을 위해 투입한 금액은 2조9356억원으로,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2.4배인 6.93㎢에 달한다. 시는 올 연말까지 0.51㎢를 추가 매입하기 위해 305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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