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10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50만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코로나19 백신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백신 개발 이전까지는 코로나 사태 종식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백신 개발 협력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백신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20억명분 백신, 22조원"...WHO, 백신 독점 방지 나서도 자금 부족
지난 26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는 성명을 통해 "내년 말까지 의료진과 65세 이상 노년층, 당뇨병 환자 등 코로나 고위험군 20억명에게 백신을 우선 공급하기 위한 공동 구매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날로 심각해지는 코로나19 확산세로 각국의 백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정 국가가 백신을 독점하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굼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 과학자는 "개별 국가가 한 백신에 투자를 집중하면 위험하다"며 "나중에 성공해도 다른 국가는 해당 백신을 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도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WHO는 20억명분의 백신을 공동구매하는 데에만 약 181억달러(약 21조7900억원)이 소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까지 모금한 기금은 34억 달러(약 4조817억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미국이 떠난 자리, 유럽이 메꿨지만...
WHO의 자금난은 미국 정부의 지원이 끊기며 심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중국 정부와 WHO의 초기 대응 실패로 돌리며 각을 세우다 결국 전격 탈퇴와 자금 지원 중단을 발표하고 독자적인 백신 개발 방침을 추진 중이다. 이후 미국이 떠난 자리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이 채우려고 노력 중이다.
WHO가 백신 공동구매 계획을 발표한 다음 날인 27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비정부기구(NGO) '글로벌 시티즌'과 함께 개최한 코로나19 국제협력을 위한 화상 '약속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40여 개국의 지도자가 참석했다.
EU 집행위는 이날 회의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보급 비용 조달을 위한 모금행사를 진행한 결과 61억5000만 유로(69억 달러·약 8조3076억원)의 지원기금을 모았다. 이는 앞서 유럽투자은행(EIB)이 약속한 49억 유로(약 6조6000억 원)를 포함한 금액으로, 지금까지 약속받은 전체 모금액은 159억 유로(약 21조5000억 원) 규모다.
지난달 4일에도 EU집행위는 '신종 코로나 국제적 대응 약속 온라인 회의'를 진행하고 75억 유로(약 10조551억원)의 모금액을 모으기도 했다. 당시 EU 집행위는 이 중 40억 유로(5조3500억원)를 백신 개발에 사용하고, 20억 유로와 15억 유로는 각각 치료제 개발과 진단검사기 제조에 활용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선 일본과 노르웨이가 가장 큰 금액을 약속했고 프랑스·이탈리아·독일이 각각 5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참여하지 않았다.
아울러 미국의 재정 지원 중단으로 향후 WHO의 연간 예산 문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은 WHO의 최대 재정 지원국으로 작년 기준 WHO 연간 예산의 15%에 해당하는 4억 달러(약 4912억원)가량을 기여해왔다.
다만,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25일 이를 메꾸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 올해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책을 발표했다. 독일은 올해 5억 유로(6747억 원) 상당을, 프랑스는 WHO 운영 예산으로 5000만 유로(약 675억원)를 추가 기여하는 한편, 프랑스 리옹에 소재한 WHO 연구센터에 9000만 유로(약 1214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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