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코로나19가 만연하기 시작한 지 6개월 사이에 전세계 감염자 수는 1000만명을 돌파하고, 사망자도 5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 이후의 달라진 모습을 뜻하는 ‘포스트(post) 코로나’와 이제부터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뜻의 ‘위드(with) 코로나’가 혼용되기 시작했다. 건강방역과 경제방위는 이음동의어가 됐다. 지금부터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 세인의 최대 관심거리다. 상반기가 끝나는 6월에 미국 아마존이 발표한 3개의 잇따른 뉴스는 이런 궁금증을 푸는 데 좋은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장면1) 미국의 온라인 쇼핑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은 지난 29일 물류시설 등에서 근무하는 종업원들에 총 5억 달러(약 5400억원)가 넘는 ‘생큐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보통 때와는 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을 위한 것이다. 아마존은 6월 현재 재직하고 있는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1인당 150~3000달러를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배송직원과 오프라인 홀푸드마켓 종업원도 포함된다. 아마존은 물류시설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코로나19 감염사례가 나오자 6월 16일 물류시설에서 종업원들끼리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한 근무방식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아마존의 움직임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산업구조를 설계할 기회가 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 집필한 <코로나 사피엔스>에서 지적한 것처럼 사람들이 ‘과연 우리가 사는 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당연한 존재로 여겨졌던 배달, 택배 같은 것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고 사회를 유지시키는 의료, 보육, 요양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감사한지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영국을 포함한 유럽국가에서는 핵심인력(key worker), 미국에서는 필수 인력(essential employee)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장 교수는 이런 인식아래 임금구조와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면3) 아마존은 일주일 전인 지난 24일 기후변화와 싸우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펀드를 발족시켰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아마존의 클린테크(청정에너지기술) 펀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지난 2월 본인 재산 1385억 달러 가운데 100억 달러를 기후변화 사업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대기업에서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 국가, 국제기구, 개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원을 통해 저탄소경제로의 이행을 뒷받침하게 된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 펀드는 물류, 에너지, 제조, 순환경제,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지구적 과제로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유엔의 목표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파리협약을 탈퇴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용인하는 고립된 자세를 보인 것과는 정반대되는 열린 시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아마존은 어디까지 강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1995년 여름 제프 베조스는 지하의 한 방에서 부인과 책(페이퍼 백)을 상자에 담고 있었다. 그는 25년 후인 지금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부호 실업가인지도 모른다. 그는 우주 비즈니스와 신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출자하고 있다. 그는 유명 투자가인 워런 버핏에게선 칭찬받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턴 혹평을 받고 있다. 그가 창업한 아마존은 서적판매에 머물지 않고 시가총액 1조3000억 달러(약 1400조원) 의 디지털 거대 복합기업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으로 디지털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 지금 아마존은 전자상거래(EC)와 물류,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급속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고용시장에서 대규모의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면서 기업간 경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아마존이 영속적인 성장기업으로 갈지는 알 수 없으나 당분간 고공비행할 것만은 분명하다. 이코노미스트는 포퓰리즘 시대에 정치가로부터의 비판을 무마시키기 위해 임금을 올려 저가격의 강점을 잃거나, 규제당국의 환심을 사기위해 서비스 사업들을 분리해 재무적으로 취약해진 상황에서 주주를 만족시키기 위해 상품가격을 올리면 새로운 라이벌 기업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기업 아마존이 쓰고 있는 새로운 성장 스토리는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지난 25년간의 그 성공 스토리보다 더 흥미롭다.
아마존이 보여준 3가지 장면은 한국에도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적 포퓰리즘에 맞서 행동하는 기업과 기업인들이 나올 수 없는 것일까. 한국의 정부, 기업, 노동조합은 머리를 맞대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임금구조와 노동시장 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과 올바른 윤리관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