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이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를 두고 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양국 정부 주도하에 양국 갈등을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끄는 양국 정부가 상호 간 강경 기조를 이어나가는 만큼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결국 양국 갈등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정상 간 톱다운(하향식) 방식도 무용지물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판단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8월 4일부로 국내에 압류된 일본 전범기업 자산 매각(현금화)이 가능해지면 외교적 협상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4일부터 같은 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연장 시한까지 다른 변수 등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일 양국은 내달 일본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4일)와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종료(22일)를 앞두고 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로 국내에 압류된 일본 전범기업 자산은 8월 4일 이후 매각, 즉 현금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일본 정부가 반발, 2차 대한(對韓) 경제보복 등에 나서면 정부는 같은 달 22일 조건부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또 한 번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양국 관계가 1965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이에 따라 결국 8월 한 달간 양국 관계를 잘 관리해야 파국을 피할 수 있다는 셈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역시 "사법 절차에 따라 현금화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금화 조치를 취하더라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한·일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한·일 양국이 현금화와 지소미아 연장 시한 종료를 앞둔 현 상황에서 뚜렷한 타개책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신각수 전 주일 한국대사는 "강제동원 문제만 해결된다면 나머지 경제, 안보 문제는 줄줄이 해결될 것"이라면서도 "외교 당국 간 논의가 이뤄지는 것 같지 않다. 만난다고 하더라도 매번 서로 입장만 되풀이한다면 만나는 의미도 없다"고 비판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양국 갈등 근본 원인인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게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양국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는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회복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우세해 보인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 지지율이 추락하고, 문 대통령도 내년이면 임기 말 레임덕(권력 누수)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그런 상황 속에서 양국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양국 정상이 새로운 성과나 돌파구가 열린다는 보장이 있어야 만날 것"이라며 "아베 총리 이후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면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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