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동 1년] ①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시계제로’…남북 교착 상태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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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7-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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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소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현 상황 진전 어려울 듯

  • ‘文 한반도 운전자론’ 본격 시험대…전략 수정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봉송되는 국군 전사자 유해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악의 남북 관계 속에서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30일로 1주년을 맞았다. 판문점 회동으로 이른바 ‘하노이 노딜’로 끝나버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다시 한 번 남북 관계 개선의 희망을 갖게 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교착상태는 더욱 고착화됐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특별한 기념행사 없이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별도의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통일부 정도만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회동 이후 남북 관계 상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조속히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현재의 상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여건상 올해 북·미 협상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북한하고 북한의 태도가 변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 협상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정치적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는 상태”라며 “북한도 지금 11월에 누가 당선이 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대상으로 협상을 하자고 하는 것도 위험 요소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 센터장은 “양국 모두 협상을 하자고 적극적으로 나설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요인이 없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미국 대선 직전인 10월 이전에 무력 도발 등 북한의 충격 요법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북한은 미국을 겨냥한 공격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북한은 인민군 총참모부 명의로 대남 군사적 도발을 선언했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서며 이를 보류시키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 센터장은 “양국이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히 미국을 압박할 이유도 없다”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데 굳이 미국을 향해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비건 부장관은 29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가 주최한 ‘브뤼셀포럼’ 화상 행사에서 “북한과의 합의는 미국한테만이 아니라 북한에 달려있다.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면서도 “지금부터 미 대선 사이에는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보도했다.

비건 부장관은 “남아있는 시간과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미친 어려움(wet blanket)으로 인해 직접 대면해서 국제적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은 견고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제시했고, 북한이 우리와 협상에 참여한다면 아주 빨리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라고 밝혔다.

결국 문 대통령은 자신이 주창한 ‘한반도 운전자론’을 입증할 시험대에 오른 셈이 됐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현 정부의 핵심적인 대북 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 쾨르버 재단 연설과 8·15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이 같은 구상을 처음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관광 추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각종 공식 회의석상에서 남북협력사업 추진 의사를 피력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최근 강경 행보에서 비춰봤을 때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남북, 북·미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도 현실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라는 양대 축이 모두 북한의 ‘몽니’로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한 외교당국 관계자는 “우리의 주도적인 역할은 판문점 회동을 끝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당분간 우리의 역할론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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