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이종석 "비건 방한 北 문제 못 풀어…'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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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7-0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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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언론진흥재단 포럼 참석, 한반도 정세 분석

  • "남·북 협력, 한·미워킹그룹서 의제화되면 안돼"

  • "대북특사보다 文 대통령이 김정은 더 잘 알아"

  • "실천 의지 담긴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 해야"

미국이 연일 북한에 대화의 손짓을 건네며 북·미 비핵화 협상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실무자가 나서서 현재의 북·미 교착국면을 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와 주목을 받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KPF) 포럼에 참석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으로 한반도 정세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근 한·미워킹그룹이 남북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과 함께 남북 위기 극복을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 그리고 대북전단 살포 규제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운데)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오른쪽)이 1일 오전 한국언론진흥재단(KPF) '격동의 한반도, 문정인·이종석 대담' 포럼에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남북 관계 돌파구 마련에 대해 제언했다. 이날 포럼의 사회는 왕선책 YTN 통일외교전문기자(왼쪽)가 맡았다. [사진=정혜인 기자]

 
◆“비건 美 부장관의 '빈손' 방한···北 문제 해결 못 한다”

이 전 장관은 “비건이 와서 대북 제의를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무의미하다. 이미 지난해 북한은 공을 미국에 넘겼다”며 미국의 정책 변화 없이 북측에 대화를 제안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더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비건 부장관이 아무것도 들고 오는 것 없이 북한 문제를 푼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특보 역시 비건 부장관의 방한으로 한반도 정세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변수로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 특보는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연설이랑 맥이 비슷한 것 같다. 결국 (북·미) 대화는 열려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 외교 전문가의 칼럼을 언급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전날 미국 싱크탱크 국익연구소 화상 세미나에 참여해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하고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 특보는 전날 세미나에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초청한 인물이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 한국 담당 국장이라고 소개하며, 그가 폭스뉴스에 쓴 칼럼을 거론했다.

그는 “칼럼의 기본적 주장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불리한 구도에 있고 외교적 성과가 없는데, 미국 대선 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 외교적 돌파구를 만든다고 하면 중국을 대하는 데 있어 미국이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지아니스 국장의 메일을 인용해 이런 아이디어가 백악관, 공화당 쪽에서도 긍정적인 기류가 있다며 “중국 변수를 들며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미국 내에서도) 고무적인 게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앞서 스티븐 부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들며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중국 변수로 인해 정상회담이든 미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17일 김포국제공항에서 만난 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사진=연합뉴스]

 
◆“'韓 대북정책 옥죄는' 한·미워킹그룹, 역할 조정 필요”

비건 부장관의 방한 이슈와 함께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전 장관은 ‘한·미워킹그룹’을 “태어나서는 안 될 기구로, 한국 대북정책을 옥죌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전 장관은 “북핵 문제를 다루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관 비건 부장관이 만나서 의미 있는 진전이 가능한 논의를 했다고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전부 남북 관계에서의 제재 여부를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워킹그룹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채널로, 남북 관계는 선택적 협의 사안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 전 장관은 “외교부는 워킹그룹을 통해 미국을 설득할 수 있어 좋다고 하는데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너무 크다”고 짚었다.

문 특보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며 “한·미워킹그룹은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저촉 품목에 대해 미국과 협의 없이는 사실상 풀기 어렵다”며 “유엔 안보리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품목, 인도적 지원, 개별관광 등 그건 워킹그룹에서 의제화하지 말고 우리가 밀고 나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유엔 제재에 저촉되는 것은 한·미워킹그룹으로 풀어나가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독자적인 남북협력 구상안은 워킹그룹을 통하지 않고 추진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미워킹그룹은 남·북 간 전반적 교류 협력에 대해서 규율하려고 해 역기능 문제가 발생했다.

문 특보는 지난해 대북 지원을 추진하려다 실패한 ‘타미플루 지원사업’을 예로 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타미플루는 인도적 지원이다. 그런데 미국이 이를 싣고 가는 트럭을 반출 제재 품목이라고 저지했고, 이 문제를 조율하는 데 2개월이 걸렸다. 북한은 개성 측에서 이를 수용하려고 기다리다가 독감철이 지났고, 타미플루 지원 사업은 파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2018년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실천 의지 초점 둔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 이뤄져야

문 특보와 이 전 장관은 남북 간 긴장 해소를 위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정상 간의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만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대북전단 살포 규제법 제정이 속도전을 촉구했다.

문 특보는 “의전을 갖춘 형식의 정상회담 보다는 2018년 5월 26일 판문점에서 했던 심야 원포인트 회동을 지금 해야 한다”며 남북 간 통신선이 차단되고 대남사업이 대적(對敵) 사업으로 전환된 상태에서 대북 특사 등은 소용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정상 간 만남으로) 풀어나가야지 대북특사는 작동 안 한다. 누구보다도 두 정상이 잘 알고 제일 시간을 많이 보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 역시 ‘원포인트 판문점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에는 조건이 있다”며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제정되고 나서 남북 관계의 일정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은 “만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닌 만남이 된다면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로 이어질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며 “(기존에) 남북이 합의한 내용 등을 실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합의 이행에 대한 확신 없이 ‘만남’ 자체에만 초점을 둔 정상회담이 또 이뤄진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결국 현 정권의 남북관계 성과가 ‘0’으로 간다는 지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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